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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찾아든 회의(懷疑)

心田農夫 2007. 3. 15. 10:04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일이라면 할까?

운전을  하면서 호일에 싼 김밥을

먹으면서 생각을 해 본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잠깐의 회의(懷疑)가 들었다.


어제는 학교에 가는 날이다.

직장에서의 피로가 밀려드는 시간에

배움의 터를  찾아 나서다 보면

저녁은 늘 건너뛴다.


그래서 간식이라도 조금은 먹어 둬야 하는데

일을 하다 보니 벌써 6시가 훌쩍 넘어버렸다.


7시에 강의시작이다.

지각을 하지 않으려면

지금 바로 퇴근을 해서

그것도 서둘러야할 시간이다.


일도 마무리 하지 못 한 채

그대로 두고 정신없이 사무실을 나와

운전을 하는데, 오늘따라 왜 그리도 배가 고픈지,


가다보니 김밥집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저거야 하면서

차를 세우고는 뛰어 들어가

“아주머니 김밥 두 줄만 주세요.

한 줄씩 싸주셨으면 합니다. “


얼른 계산을 하고는 다시 출발

한손에 김밥을 잡고

한손으로는 운전을 하면서

김밥을 먹으며 학교로 향했다.


처음에는 배도 고프고

지각을 안해야 갰다는

생각 외에는 안했는데

 

하나를 다 먹고 새로운 호일의 김밥을

집어 들어 한입 먹는데,

신호가 바뀌어 멈추어 섰다.


신호대기를 하면서 생각을 해보니

꼭  이렇게까지 하면서 살아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이 나이에,  ----

그만 두고 편하게 살아갈까, 하는 회의(懷疑)가 들었다. 



그런데 다른 자아가 이렇게 말을 한다.

너 좋아서 하는 것 이고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지 않아,

지금 그만 둘 것이면 시작을 하지를 말지,


그렇다, 누가 시킨 것도

누가 하라고 한 것도 아니요,

지금이라도 하기 싫으며 그만 두면 될 것이다.


이 나이에 석사학위를 받아서

이력서에 한 줄 더 써 어디 낼 일도 없고

누구한데 생색 낼 일도 없다


그 누가 시킨 것도,

그 누구의 권유도 아닌

자아의 성취를 위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자

오직 자신의 생각으로 자신이 좋아서

선택했던 학교생활이 안이었던가.


그래서 이리저리 쪼개어 시간을  내고

밤에 잠도 못자가면서 책과 씨름도 하고

넉넉지 않은 경제여건이지만

비싼 학비를 내면서 하는 것 아니던가,


잠깐이지만 

그런 생각을 다했다는 것이

누구 보는 사람도 없는데,

왠지, 부끄럽고 낯 뜨겁다.

내가 이렇게 나약했었나하는 생각이 다 든다.


요즈음 많이 지쳐 있어서인가보다

나약한 생각을 다하니 말이다

더구나 하나의 배움을 더 해야겠다고

욕심까지 낸 이 시점에서 말이다.


간신히 시간 안에 도착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까의 생각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새 힘이 솟는다.


책을 펴놓고는 녹차 한잔 가져와

한 모금 마시니 마음이 평온 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