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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약속이나 지키고 가지 그랬니.

心田農夫 2017. 7. 26. 16:44

 

                                 단상 : 돌아오렴.

                                                                             碧石


                                        친구야

                                        오늘도 나는

                                        보고 듣고 말하며 생활한다.

 

                                        영일대 바닷가

                                        이층 정자에 앉아

                                        멍하니 바다를 보면서

                                        너와 옛일들을 떠올려보다

 

                                        문뜩

                                        너울 파도를 보자니

                                        방파제에 부딪쳐 산산이 부서지며

                                        하얀 포말의 죽음이 되었다

                                        다시 푸른빛의 바닷물로 부활하던데

 

                                        친구야

                                        저 파도처럼

                                        저승 가던 발걸음 돌려

                                        다시 이승으로 걸어 돌아오렴.

                                        여행하며 소주 한잔 나누어 보자구나

 

                                        친구야

                                        너는 오늘을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누나.

  


 


이글을 쓰기까지 많은 망설임이 있었다. 좋은 일이면 뭐 망설일 있을까마는 좋은 일이 아니기에, 그리고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고 친구에 관한 이야기이고 더더구나 이제 친구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망설이다 이글을 쓰는 이유는  친구와 마지막으로 소통했던 문자를 잊지 않기 위해서 이다. 스마트폰이 아닌 일반 폰이기에 언제 쓰지 못할지 모른다는 염려가 인터넷에 남기면 폰이 이상이 생겨도 계속 남을 것 같아서이다.

 



 

집사람이 아침을 식사를 차려놓고 출근을 하면 밥을 먹고는 반찬은 냉장고에 넣고 밥그릇, 국그릇 등 설거지할 것은 설거지를 하고 출근을 하는데, 요즈음 조금 더 자겠다는 욕심에 집사람 차려놓은 것을 밥은 도시락에 담고 반찬은 한두 가지만 담아 출근해 직장에서 아침을 먹는 게 벌써 한 달쯤 되었다.

  


 


출근을 해 막 밥을 먹으려는데, 문자가 왔다. 열어보니 친구의 부고를 알리는 문자였다. 팔 년 전 다른 친구 딸아이 결혼식에서 보고 그 동안 보지 못했다. 객지생활을 하다 보니 서울과 포항이라는 거리 때문이기도 하지만, 칠년 전에 어떠한 일로 그 친구와 소원(疏遠)하게 지냈다. 그렇게 연락 없이 지내다. 20151월에 그 친구 문자를 보내왔다.



 

 

오래간만이다. 〇〇이다. 그때 너 많이 섭섭했지! 내가 너에 대해서 경솔하고 무관심하고 몰인정했구나.... 우선 지금 용서를 빈다. 우리 반백 년 간 운동으로 맺어진 친구잖아...

내가 여러 가지로 부족하지만 연락하며 살자. 앞으로 우리가 얼마나 살 수 있을까? 그간의 일들 연락하면서 대화를 나누자구나... 휴대폰은 이 번호다. 2015년 소망하는 일들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면서 .... 〇〇이가

  


 


새해를 맞아 새해 인사로 보낸 것 같은데, 이해가 안 되는 두 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문자를 보내왔다는 것이요. 그 문자 속에 우선 지금 용서를 빈다.” 라고 문구인데. 자존심이 대단한 친구인데 어떻게 용서를 빈다는 말을 다했을까? 둘째는연락하며 살자. 앞으로 우리가 얼마나 살 수 있을까?”라는 죽음을 암시하는 문장이었다.

 



  

절친했던 만큼 한번 틀어지면 그 틈새는 점점 벌어지듯 그 당시에는 도무지 용서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렇게 이년의 세월이 흐르고 올 3월에 조카의 결혼식이 서울에서 있어 올라갔다가 축하해주로 온 친구에게서 뜻밖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 〇〇이가 올해를 못 넘길 것 같다.는 소리를 한다. 위암으로 투병중이라는 소식을 전해 주었다.

 



  

그 말을 듣고는 이 년 전에 보냈던 문자를 이해할 수가 있었다. 서울 일정을 하루 연기해 다음날 친구와 함께 병문안을 갔다. 우리보다 한 십년을 늙어보였다. 다행이 오늘이 몸 상태가 제일 좋은데 내일 다시 항암치료차 입원을 한단다. 그렇게 그 친구를 이해하고 돌아왔다. 그것이 이 세상에서 그를 본 마지막 시간이 되었다.

만나 다음날 그 친구는 함께 문병했던 친구와 나에게 문자를 보내왔다.



 



어제 너무 좋은 시간 보냈다. 철이와 오해도 풀도록 해주고,,,, 고마웠다. 우리 가끔 만나 소주기울이면서 옛날애기 나누자. 오케이? 여행도 가고....

                   (함께 문병한 친구에게 보낸 문자. 그 친구에게 부탁에 나에게 보내 달라해 받았다)

 





어제 너무 좋은 시간 보냈다. 오해도 풀 수 있어서.... 고마웠다. 우리 가끔 만나서 소주 한잔 기울이면서 옛날 애기 나누자. 오케이? 여행도 가고... 여하튼 너와 나는 합기도로부터 시작된 50년 넘은 운동친구가 아이가!? 여하튼 어제 즐거웠고 감사했다

                                                                 (나에게 보낸 문자)

  

 


그래 나도 어제 정말 반가웠다. 만나기 전 걱정했는데, 너는 병 이길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언제 같이 예전처럼 소주 한잔 나누어야지 늘 응원할게 화이팅!!

  



 

                                오케이


  


 

그렇게 만나고 다음날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 그와 이승에서의 마지막 소통이었다.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그가 아프다는 소식을 전혀 모르고 살았고 무소식이 희소식인줄 알면서 살아왔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친구들 중에서도 간간히 찾아왔었다. 서울과 포항 먼 거리지만 때론 혼자 때로 부인과 함께 그러면 회집에 가서 술 한 잔 하면서 서로의 삶에 대하여 이야기 하곤 했었는데,

  


 


친구는 이제 이 세상 소풍을 마치고 떠났다. 친구야, 네 말처럼 우리 가끔 만나서 소주 한잔 기울이면서 옛날 애기 나누자. 오케이? 여행도 가고..”그래 좋지, 그런데, 가끔 만나 소주 한잔 기울이고 여행도 가자고 약속을 하고는 왜, 이 친구야 약속이나 지키고 떠나도 떠나야지 어찌 그리 약속도 어기고 훌쩍 떠난단 말인가. 친구야 ~ ~ ~ ~~ ~

 


 



죽음이 죽은 사람에게 절대로 나쁜 것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죽음이 나쁜 것은 오직 살아있는사람들한테다.

                         --------------- 중략 -------------

주변에 누군가 죽을 때 우리는 더 이상 그 사람을 만날 수 없다.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도, 시간을 보낼 수도, 영화를 볼 수도, 웃을 수도 없다. 그 사람이 세상을 떠나는 순간, 모든 교류의 가능성이 막혀버린다.

 

아마도 이것이 죽음이 나쁘다고 말할 수 있는 핵심적인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죽음은 죽은 사람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죽음이 나쁘다고 할 수 있는 이유는 그 뒤에 남겨진 사람들 때문이다.

 

                                                         셜리 케이건 지음 죽음이란 무엇인가중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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