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명절, 설
손에 손에 가득가득 선물 꾸러미 들고 고향으로 고향으로 향한다.
마치 고지를 점령하려는 군인들처럼
길이 막혀 꼼짝 못하고 차안에서 추위와 배고픔에 떠는
고생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열 시간이상을 과감히 할애 하면서
그러면서도 고향을 다녀오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짜증스럽다거나 피로한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을 뿐 아니라
그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기쁨 ,
아니 승자의 얼굴에서나 볼 수 있는
희열 같은 것을 엿볼 수가 있다
연어가 강에서 태어나 먼 바다에 가
성장 후 돌아 와 알을 낳는 다는 귀소본능,
그 귀소본능이 인간에게도 있는 때문일까?
아니면 조상의 제사 드리고 그 조상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힘을 얻어갔고 오는 것일까.
항상 명절이면 이북이 고향인 우리 집은 갈 곳이 없다
먼 친척은 있어도 팔촌이상이니 말이 친족이지
남이나 다름없고 평소에도 내왕이 없다,
일년에 한번 시 제사 때나 한 번 얼굴마주 하고 만다.
텔레비젼에 비치는 고향 가는 길
그 길을 이번 설에도 화면으로 보고 만 있다
저 화면에 비추이는 이들은 주연배우이고
이렇게 화면 밖의 나는 영화의 조연처럼
설 명절의 연래 행사에서 외면된 채 말이다
이북에는 나의 존재를 모르는 세분의 사촌 형님들과 친 누님이 있다
나는 피난 와 서울에서 태어났으니
나는 누님을 보지 못하였고 누님은 동생이 있는 지조차 모르고 있다
올 설을 맞아 팔십 육세가 되시는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어쩌면 이 세상을 살아 가는 동안 누님과 사촌 형님들을
한 번도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이산가족 상봉도 좋지만 생사 확인 만 이라도,
그리고 주소라도 알아 편지라도 주고받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금강산 관광에 서울 한복판에서 개성공단까지 출퇴근 하는 시대인데,
언제나 스스럽없이 나의 피줄들을 만날 수 있으려나
텅빈 것만 같은 도시의 한산한 도로를 내다보면서
허전한 가슴에 저무는 새 해 첫해를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