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년 전 두 번째 찾아 오셨던 분이
“명함 대신입니다 ”하며
불쑥 주시는 작은 시집 한 권
그 분 가신 후에 한 편 한편 음미하다보니
너무도 공감이 되더군.
같은 나이 또래요 같은 시기에 살아와서인지
어제 퇴근길에 앞에 가던 차에서
갑자기 불꽃이 휙 하고 날라들더군
몰상식의 산물,
쫒아가 한 대 쥐어박고 싶은 마음 있었으나,
왜 세상이 이런지
마침 떠오르는 명함 같은 시집의 시 한편
그 분의 어떠한 마음에서 써는지는 모르지만
세상사 요지경 같은 것만은 확실해
작은 질서의식조차 없으니
술이나 한잔
최 범 용
수련도 안 쌓고
도술을 부리려는 인간들아
오늘은 술이나 한잔하자
도슬 부린다고 자랑도 말고
무공 높다 욕지거리도 말자
오늘은 술이나 한잔하자
죽도 밥도 안 되는 세상에 대고
짖는다 누가 알아주기나 하리
그래 오늘은 술이나 한잔하자
모자란 중생아 몰라준다 푸념 말고
무식한 놈들이라 방귀도 뀌지 말고
오늘은 술이나 한잔하자
눈이 오신다는데
최 범 용
양반 양반 모두 양반
상놈이 다 사라지고
대학 대학 모두 대학
일터에 사람 하나도 없네
걸레들 행주든 훔쳐야 물건
양반 에헴 대학출신 어흠
공장은 갈수록 외국인 천지
밤이면 남녀모두 날마다 천국
기초는 지킬 사람 없어 뭉글뭉글
기둥은 흰개미 떼 아삭아삭
지붕은 외세바람에 흔들흔들
집주인은 내 배 불러
큰 쌀독 비운지 오래
사람들은 모두다 오락가락
누가 주인인가 누가 손님인가
아는 사람 있으면 손들고 대답해 주소
애증을 떨치지 못한 못난 이 땡초
오늘도 겨울 오는 소리 한 걱정이네
모두 자기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책임감 있게 한다면
이세상은 조금 더 아름답고
살맛이 있겠는데
요즈음 학부형들 나이 많으신
선생님들을 싫다 하지만
영어 수학 국어 논술이 아무리
점수 좋으면 무엇 하리
윤리와 도덕 점수 없으니
배웠다 하는 귀한 몸들
용돈 안 준다
부모 뚜들겨 패질 않나
배우기는 배워다는데
무엇을 배웠는지 몰라
그래 경륜이라는 것이 있는 것이여
그 경륜 세월이 말하는 것
나이가 경륜이고 경륜이
나이 아니던가.
학창시절 할아버지 같았던
윤리선생님이 생각난다.
“제군들 사회에 나가면 자신의
일에 최고의 쟁이가 되도록”
오늘 수업 끝, 하시며 나서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