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면 날마다 부르는 것도 아닌 진데
아니, 급하게 부르면 어찌하라고
아직 만남이 아니 끝난는디, 하거늘
짝 잃은 기러기 마냥
홀로 부름에 답 하누나
사람의 만남과 만남이 어이 쉬운 일인가
그래 붓다 말씀하시길
지나다 옷소매만 스치는 것도
전생에서 삼천 번은
만나야 한다고 말씀 하셨거늘
부르는 이 인(因)과 연(緣)을 가벼이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부름 받는 이 또한 부르는 이의 그 마음을 아는 지 모른지
인과 연을 소중함을 모르기는 매한 가지 아니던가.
세상사 바쁜데
무엇 그리 말 많으신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것이지
이래도 인간사 저래도 인생사 아니던가.
바쁜 세상에 복잡다단하게 살 필요야 있겠나.
바람 불면 부는 데로 한 몸 맡기면서
사는 것이 인생 아니더냐.
늦깎이 결혼을 한 여자후배
연하의 남과 결혼을 해서인지
집들이하라고 날 리들인데
부끄러워서인가
간신히 잡은 서방님 빼앗길 것 같아서인가
신혼의 달콤함에 시간가는 줄 몰라서인가
용케도 버티더니 느닷없니
오전에 ‘김선배, 저녁에 술이나 한잔하지요’하기래
갑자기 ‘웬, 술 ’했더니
‘그냥 술이나 한잔하자고요’
서방님 선뵈는 거야, 아님 집 구경 시켜주는 거야,
이도 저도 아니면 깨소금 너무 많아 처리곤란이야.
의미 없어요. 그냥 △△선배와 ○○선배와
같이 오세요.
술이나 한 잔하게요.’
그래서 수화기 들고 다이얼 눌렀더니
△△은 저녁에 모임이 있어 참석했다
보고 가지요 .하고
○○은 이렇게 갑자기 연락하면 어쩝니까.
난들 아냐 나도 오늘 약속 펑크 내기로 했다. 하니
저 지금 출장 중입니다. 하는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다.
아니 그럼 나 혼자가야 한다 말인가
오라면 가고 가라면 오는 것 아닌가
오고감이 만남이고 만남이 인연이고
인연이 인간사요 인생사 아니더냐.
그래 가자 그래도 불러주니 아니 고마운가.
살림에 보태줄려고 화장지 한보따리하고
가루비누 한 상자 들고 들어가니
왜? 혼자냐 한다.
그래 지필(紙筆)가져오라 해서 써주고는
한마디 했다
냉장고 앞에 붙여놓고 하루에 한번씩만 읽어봐라
기독교인이 인과 연 논하는데
불교신자라 하면서 만남을
그렇게 가벼이 해서야 되겠느냐
반성해라 훈시 아닌 말 한마디 하고는
먹을 줄도 모르는 술만 잔뜩 마시고
돌아서 나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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