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그리고 그 속의 이야기

언제나 무덤덤해 지려나

心田農夫 2017. 6. 29. 15:04

                          단상 : 이별 연습


                                                                碧 石

                                  이젠 익숙할 만도 하건만

                                  문을 밀고 나서며

                                  등 뒤로 전송인사 들을 때

                                  띠어놓는 첫발이 어이 이리 무거운지

 

                                  이제 다 큰 두 딸인데

                                  어이 이리도 애잔한지

                                  전생에 진 빗으로

                                  아비와 딸로 왔음일까?

 

                                  영영 못 볼 것도 아니요

                                  대여섯 시간이면

                                  만나는 거리이건만

                                  아직 연습이 부족함인가

                                  얼마나 이별 연습 더해야 하는 걸까?

 



 

23일의 서울 나들이를 하고 돌아왔다. 특별한 일이 있어서 상경한 것은 아니고 매달 있는 종친회의 모임을 참석한다는 명분으로 올라간 것이기는 하지만, 두 딸을 보고 싶은 마음이 상경의 명분이 더 큰 것이리라. 종친회 회장님이 지난달의 의결사항 몇 가지를 전해주시면서 이번 달에는 특이한 사항이 없으니 멀리 있으니 올라오지 않아도 된다하셨지만,

 



 

회장님의 전화를 받은 저녁 퇴근하여 저녁을 먹고 나 바로 인터넷으로 아내와 나의 왕복차표를 예약하였고 반가움으로 두 딸을 만날 그날을 기다리는 마음과 반복에서 오는 하루하루 일상의 지루함을 상쇄해가면서 상경 날을 기다리며 지내다 예악날짜 출발시간에 맞추어 훌쩍 삶의 울타리를 벗어나 고향이기도 한 서울로 발걸음을 하였다.

 


 


평소보다 세 시간 일찍 점포 문을 닫고 신포항역사로 향했다. 열차시간이 저녁을 먹을 시간이라 미처 저녁식사를 하지 못하고 열차를 타서 정해진 좌석에 앉아 아내가 준비한 김밥으로 저녁을 대신하는데 두 딸을 만날 것을 생각하니 설렘의 마음이 마치 어렸을 때에 소풍을 갈 때와 같은 그 마음의 설렘이었다.

  


 


그러한 마음으로 올라가지만 막상 도착하면 아이들은 자신들의 일에 맞추어 움직이느라 낮에는 두 부부만 달랑 남아서 아내는 시장에 가 배추와 무를 사다가 김치와 깍두기를 담고 가져간 장조림 멸치조림 등 아이들 먹을 밑반찬을 냉장고에 차곡차곡 준비해주고 구석구석 청소하느라 마치 가사도우미가 되어 벗어논 옷을 빨고 구석구석 청소를 하고 나는 집안 이곳저곳 손볼 것을 찾아 손을 본다.

 


 


이번에도 둘째 아이가 언니가 청소기의 먼지 통을 빼놓은 것을 모르고 청소기를 돌려 머리카락이 들어가 타는 냄새가 나면서 소리도 둔탁하다는 말에 분해해서 모터에 낀 머리털을 제거해 주고 슬리퍼 한 쪽이 끊어진 것을 접착제를 사다 고쳐주고 세면실의 붙박이장을 열고 닫을 때에 삐거덕 소리가 나기에 녹 제거 WD-40을 사다가 장석에 쳐 주었는데, 그래도 소리가 계속나기에 자세히 보니 장석의 조절 나사 때문임을 알고 조절하여 주니 소리가 멈추었다.

 


 


그렇게 23일의 서울의 시간을 지내면서 친구들도 못 만나보고 서둘러서 아이들의 집을 나서는데 왜 그리 애잔한지 모르겠다. 첫째 아이가 대학을 졸업 한지가 일 년이 다 되어가니 벌써 오르락내리락 한 것이 벌써 오년이란 세월이 흘렀으니 이제는 아이들을 뒤로하고 돌아서 내려오는 것이 익숙할 때도 되었건만, 늘 애잔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이 일인지얼마나 더 지내야 무덤덤해 질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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