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긴 여운

모순(矛盾)의 진리

心田農夫 2021. 4. 3. 14:13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중략>… 아무것도 갖지 않았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無所有)의 역리(逆理)니까

 

                                                                                 법정의 무소유중에서

 

 

가난한 시대에 태어나서일까? 청소년기에 궁핍한 생활을 해서일까? 살아오면서 절약, 절제된 생활을 하며 살았고 이제는 그것이 몸을 벴다. 그러다 보니 쓰던 것을 버려야 하는데도 버리기가 쉽지 않다. 언제가 쓸모가 있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이 버려도 될 것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리라. 일 년에 단 한 번도 입지 않는 옷가지들, 간단한 생활 가구들 등등,

 

법정 스님은 자신을 속세 속으로 이끌게 하였던 글 무소유라는 글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가졌던 것이 도리어 우리를 부자유하게 얽어맨다고 할 때 주객이 전도되어 우리는 가짐을 당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흔히 자랑거리로 되어있지만, 그만큼 많이 얽히어있다는 측면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법정 스님의 이 말, 버려야 얻은 다는 것은 분명 모순(矛盾)이요 역리(逆理)이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하면 그 모순이 진리임을 자인(自認)할 수밖에 없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인생이요. 마지막 천국 여행을 갈 때 입고가는 수의(壽衣)에는 주머니가 없다는 것은 결국 갖고 갈 것이 없고, 갖고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번 주말에는 주의를 돌아보아야겠다. 버리는 것이 얻는 것이라는 모순된 진리를 발견하기 위해서 정리의 시간을 가져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