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떨 아이의 졸업식

心田農夫 2006. 3. 20. 10:04
 

                  사람이 가장 순수하고 맑아질 때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솟는 것은

                  사랑과 감사의 넘침이다.

                  현대인에게 눈물이 사라지고 있음은

                  이 맑고 순수함이 사라져간다는 뜻이고

                  사랑과 감사의 염이 고갈되어 있다는 소식이기도 하다.

                                                    <법정스님의 책 속의 일부>

 

 

 

 

 

수십 년 만에 졸업식을 보았다

세월의 탓인가

너무도 많이 변한 졸업식의 모습

군데군데  훌쩍훌쩍 눈물을 흘리던 옛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별의 아쉬움이나 눈물은 찾아볼 수가 없다

나의 딸아이를 비롯해 단 한명의 아이도 눈물을 흘리는 아이가 없다

선생님만 아쉬운지 “잘들 살아야 한다.” 말씀에 아이들 와르르 웃는다.

“조용조용 악수나 하고 헤어져야지”

아이들 앞으로 다가가나 딴 짖을 하느라 모르고 있으니 어깨를 뚝 치시며

손을 내미시어 아이의 손을 흔드시며 ‘건강하고 공부 열심히해야한다.’

하시는 선생님은 제자들을 더 큰 세상으로 보내면서 헤어짐의 서운함과

약간의 걱정도 갖고 계시는 것 같았으나

아이들은 손에 손에 꽃다발 들고 교실 밖으로 빠져들 나가면서도 선생님에게

인사하는 학생이 한명도 없다.

그것은 나의 딸아이도 마찬가지다

나오는 아이를 세우고 선생님을 앞으로 가서 인사를 드렸다.

“누구, -?”

‘현아 아버지입니다 진작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 편지 잘 받아 습니다. 바빠서 답장도 못 드리고,

나중에 꼭- “ 하시는데 다른 아이의 아버지가 인사를 해서

그 학부형에게 ‘잠깐만이요’하고 양해를 구하고

선생님과 딸아이의 모습을 한 장의 사진으로 담고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하고 교실을 나섰다

너무도 변해버린 졸업식 같다

헤어지기 싫어 식을 마치고도 서로의 주소를 물어 적던 모습

십년 후에 이 교정에서 우리 다시 만나자며 헤어짐을 아쉬워했던 그 모습,

선생님의 손을 서로서로 잡고 놓지 못하던 그 모습이 생생한데

선생님의 손은 고사하고 인사도 없이 나서는 아이들,

법정스님의 글처럼 사랑과 감사의 염이 고갈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맑고 순수하여야 할 마음들이 오염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무엇이 우리의 아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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