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속의 작은 정원

기도, 언제나 다시 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心田農夫 2006. 12. 15. 12:22
   


글을 정식으로 공부를 하지 않은 나는

어떻게 글을 써야하는 지, 원칙도, 방법도,

법칙도 모르면서 글 같지 않은 글을 

그 순서도 모르면서 그저 생각나는 대로 쓴다.


작가들이나 글을 정식으로 공부하신 분들이

보신다면 그것이 무슨 글이야 하겠지만

그래도 쓰고 싶으면 그냥 쓴다.


그러다보니 어떤 때는 처음 생각을 했던

의도와는 거리가 멀어질 때도 있다.


오늘새벽에 썼던 글이 그랬다.

나는 공부를 하다가 지루하거나 졸음이 오면

시집이나 눈에 띄는 책을 잠깐씩 펴본다.


오늘새벽에는 이상하게도 두 권의 책에서

기도에 대하여 읽게 되었고

 

두 권의 책에 있는 기도에 대한 

내용을 옮겨 적어야 하겠다는

생각 이었는데,


쓰다 보니 그만, 

아픈 상처를 다시 떠오르게 했다.

 

그래서 새벽녁 생각대로

두 권에 있던 글을 옮겨보려 한다.




祈 禱


       ‘항상 나의 옆에 있는 그림자

           그리고 全然 나이 옆에 없는 그림자‘


              조 지 훈


무너져 가는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여 주십시오.


쓰러지려는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여 주십시오.


얼마나 많은 時間속에

새겨진 모습입니까


찢어진 心臟을 위하여

영 시들어버릴 수가 없는


이 서러움의 싹을 위하여

기도하여 주십시오.


나를 위하여 기도하는

당신의 그 音聲속에


나를 살게 하여 주십시오

나를 잠들게 하여 주십시오


위의 글은 동탁 조지훈님의 시집에

수록된 기도란 시다.

 

그리고 아래 글은 작은 문고판에

실려 있는 글이다.

 

짧은 글이지만 마음에 잔잔한

감동이 와서 적으려고 생각했던 글이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출근길, 전날 회사에서 야근을 한터라

아침부터 지하철 안에서 졸고 있었습니다.

그때 어느 큰 목소리가 나의 단잠을 깨웠습니다.

“여러분, 잠깐만 제 말을 들어주십시오!”

단정하지 못한 모습의 남자에게로

승객들의 시선이 모아졌습니다.

“제겐 네 살짜리 딸아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불치병으로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있습니다. “

그 남자가 거기까지 말하자 승객들은 하나 둘

관심이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습니다.

나 역시도 귀찮은 듯 다시 잠을 청하려 하는데

“저는 전에 어느 책에서 많은 사람이 함께 기도를 하면

어려운 일도 이루어진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딸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하고 다니는 중입니다.

여러분들도 부디 제 딸이 살아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딸의 이름은 송희 입니다. “

그러더니 그는 정중하게 인사를 한 뒤 다음 칸으로

건너갔고 사람들은 하나 둘 눈을 감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딸을 위해서 중보기도를 부탁하는

한 아버지의 간절한 하소연의 부탁을

 

눈을 감고 기도해주는 지하철의

승객들의 따스함이 묻어나는 내용 이였기에

 

옮겨야 하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오늘 새벽에는 엉뚱하게 글을 쓰고 말았다.

 

기도, 그것은 자신을 위해서도

또는 위의 글처럼 남을 위해서도

얼마나 좋은 것인지 모른다.


나는 군 생활을 할 때

참 많은 기도를 했다

 

저녁이면 병사들이 누어있는

내무반을 돌면서 취침기도를 해주었고

 

그 기도를 마치고는

새벽 순찰에 가지고 나갈

생강차를 끊여가지고

 

초소를  방문하여 따끈한 생강차를

초소병에게 따라 주고

 

그 초병들을 위해서 잠깐기도를 해주고는

다음 초소를 향해서 발걸음 옮겨 기도하고 또 다음 초소로,

 

이렇게 돌면서 생강차를 주고 기도 해주고

순찰을 마치고는 마지막에 우물이 있는

세탁장으로 가서 그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무릎을 꾾고는 새벽기도를 했었다.

 

그리고 그 기도에 대한

응답을 받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자신을 위해서도

남을 위해서도 기도를 잊은 지 오래되었다.

 

기도,

그것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신과의 대화인데

 

기도,

언제나 다시 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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