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이 저물고 있습니다
벽 석
유월이
저물고 있습니다.
민족의 마음에 슬픔으로
설게 설게 저물고 있습니다.
잊혀야 할
그 유월을 잊지 못한 채
슬픔을 남기고 저물고 있습니다.
유월이
저물고 있습니다.
동족에 가슴에 생채기로
아프게 아프게 저물고 있습니다.
치유해야 할
그 유월을 치유 못한 채
아픔을 남기고 저물고 있습니다.
올 유월도 통일을
염원으로 남긴 채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한 민족이요, 한 동족이요, 한 겨레이지만
남과 북으로 갈라진 채로 하나 되지 못하고
철전지 원수로, 무찔러야 하는 적으로
총과 칼을 서로의 가슴에 겨눈 채로
또 유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지리도 못 살던 나라가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 되었건만
세계에 유일한 단 하나의 분단의 국가로
허리가 잘린 한반도를
하나로 이어 붙이지 못한 채
또 유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산의 아픔이 생채기로 남은
가슴을 안고 살아가는 나로서는
유월은 너무도 가슴이 아프답니다.
더구나 올 유월은
마음이 더 착잡합니다.
개성 관광을 할 수 있다더니
하던 금강산 관광마저 막혔습니다.
천안함 사건 일어나고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이
제대로 된 공청회 한번 없이 연기되었답니다.
2007년 10월
막혀 던 길을 열고 걸어서
정상회담을 위해 북으로 가던
노무현대통령 내외를 보면서
머지않아 나도 저 길을 따라서
나의 사촌 형님들과 나의 친 누님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 희망이
절망으로 변하여 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 노래를 부르며
온 민족전체가 그렇게 열망 하던 통일
그 통일의 염원은 점점 더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 통일의 희망이 사라지듯
그 통일의 열망이 사라지듯
그 통일의 염원이 사라지듯
설게 설게 나의 유월이 저물고 있습니다.
아프게 아프게 우리의 유월이 저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