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성이 맑아지는 언어

조국도 되고 연인도 되는 님

心田農夫 2016. 6. 27. 18:08





나는 잊고저

 

                         만해 한 용운

 

남들은 님을 생각한다지만

나는 님을 잊고저 하여요

잊고저 할수록 생각하기로

행여 잊힐까하고 생각하여 보았습니다.

 

잊으려면 생각하고

생각하면 잊히지 아니하니

잊도 말고 생각도 말어 볼까여

잊든지 생각든지 내버려두어 볼까요

그러나 그리도 아니되고

끊임없는 생각생각에 님뿐인데 어찌하여요

 

구태여 잊으려면

잊을 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잠과 죽음뿐이기로

님 두고 못하여요

 

아아 잊혀지 않는 생각보다

잊고저 하는 그것이 더욱 괴롭습니다.

  

 




학창시절 국어시간 님의 침묵에 대하여 선생님이 시를 풀어 주시던 생각이 살포시 떠오릅니다. 님이라 단어는 조국을 나타내고 있다는 선생님의 말씀, 그리고 그 님은 사랑하는 여인이기도 하다는 말씀이 어렴풋이 떠오르는 군요. 지금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는 모든 고등학교 학생들도 아마도,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 대하여 선생님의 설명에 줄도 치고 옆에서 쓰기도 하면서 공부를 하겠지요?

 

한 달 전쯤에 위의 표지의 만해 한용운의님의 침묵구입하였습니다. 제일 앞장에 서론이라 할 수 있는 군말이란 짧은 저자의 이야기가 있고 제일 먼저 실려 있는 님의 침묵을 차분히 음미하여 봅니다. 학창시절 생각을 머리에 그려보면서, 그러나 이제는 시험을 걱정하는 마음이 아니라. 순수한 마음으로 시를 음미합니다. 시를 이루고 있는 시어들은 언제나 품성을 맑게 합니다.

 

나이 들면 들수록 세상의 풍파에 휩쓸리어 점점 더 때가 묻어 삭막해지기만 하는 품성을 조금이라도 맑게 하려고 간간히 시집을 구입도 해 보고 때때로 시들을 음미 하여 보지만, 마음을 더럽힌 세상의 풍파와 욕심, 비방, 질투, 시기, 분노 등의 마음을 검게 하는 갖가지의 못된 심성을 맑게 하여 보려고 오늘도 한용운의 나는 잊고저를 음미하여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