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성이 맑아지는 언어

한수의 시가 마음을 닦아주누나.

心田農夫 2015. 2. 23. 18:33

 

 

친구에게

 

                   이 해 인

 

네기 늘

내 곁에 있음을

잠시라도 잊고 있으면

너는 서운하지?

 

기쁠 때본다

슬플 때

건강할 때보다

아플 때

네 상각이 더 많이 나는 게

나는 좀 미안하다 친구야

 

아무런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아도

부끄럽지 않아서 좋은 친구야

 

네 앞에서 나는

언제 철이 들지 모르지만

오늘도 너를 제일 사랑한다

 

네가 나에게 준 사랑으로

나도 다시 넉넉한 기쁨으로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기 시작한다

 

 

 

 

 

위의 시는 지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하여 구입한 이해인 수녀님의 『필 때도 질 때도 동벡꽃처럼』에 있는 시입니다.

 

책을 제목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세상 살면서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들어갈 때와 나올 때에 마음이 같을 수는 없는 것인지?

 

들어갈 때에야 생리적인 문제로 급한 마음이었을 것이고 나올 때에야 생리적인 현상을 해소했으니 좀 더 여유 있고 차분한 마음일 텐데, 어째서 급했던 마음이 차분해 지면서 변해야 하는지?

 

책의 제목처럼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 우리의 마음도 시작할 때의 마음과 끝날 때의 마음도 여전히 같은 마음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세상사 다툴 일도 많이 줄어들 텐데, 그러면 세상이 좀 더 행복해 질 텐데, 그런 세상은 살만한 세상일 텐데,

 

“네가 나에게 준 사랑으로 나도 다시 넉넉한 기쁨으로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기 시작한다”라는 시어처럼 내가 받은 사랑 그 사랑은 남에게 다시 전하는 우리사회, 우리나라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동백가지 겪는 소리

 

                              이 해 인

 

어떤 꽃가지들은 부러질 때 속 시원하게 부러진다.

가지를 꺾는 손이 미안하지 않게

미련을 두지 않고 한 번에 절명한다.

 

겪는 손이나 꺾이는 가지나

고통을 가능한 한 가장 적게 받도록

아니, 가왕에 작심을 하였으면

부러지는 소리가 개운한 음악소리를 닮을 수 있도록

아무도 모르는 급소를 내어준다

 

광안리 성 베네딕도 수녀원

65년부터 여기에 있었다고

얼마 전 영정사진을 찍어놓았다고

암 투병 중인 수녀님이 선물로 동배가지를 끊는다.

 

뚝, 아무런 망설임 없이

마치 오랜 동안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단번에 가지 꺾이는 소리,

 

세상 뜰 때 내 마지막 한마디도 저와 같았으면

비록 두려움에 떨다가는 어느 순간

지는 것도 보람인 양

가장 크고 부드러운 손아귀 속에서 뚝,

꽃보다 진한 가지 향을 뿜어낼 수 이었으면

 

 

 

 

얼마나 멋스러운 상대에 대한 배려인가

 

“어떤 꽃가지들은 부러질 때 속 시원하게 부러진다. 가지를 꺾는 손이 미안하지 않게 미련을 두지 않고 한 번에 절명한다 겪는 손이나 꺾이는 가지나 고통을 가능한 한 가장 적게 받도록 아니, 기왕에 작심을 하였으면 부러지는 소리가 개운한 음악소리를 닮을 수 있도록 아무도 모르는 급소를 내어준다”

 

나를 꺾겠다면 꺾여주마 그것도 힘들이지 않게 나를 꺾을 수 있게, 아니, 그 뿐이 아니라 꺾이는 소리가 고통의 신음 소리가 아니라 음악소리 닮은 수 있도록 아무도 모르는, 나만이 아는 나에게 치명타를 줄 수 있는 나의 급소를 내어주는 겠노라는 동백꽃.

 

자연은, 나무는 우리 인간에게 이처럼 모든 것을 내어주는데, 아! 만물의 영장이라는 이 몸, 이 나이 먹도록 이 한 몸의 안위만을 생각하며 살아왔으니, 한없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주기보다 받으려고만 하는 이기심으로 가득한 이 마음. 이해인 수녀님의 시를 통하여 큰 깨달음을 얻었고 그 깨달음으로 이 마음을 정화하며 한해의 일을 시작하는 첫날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