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성이 맑아지는 언어

꽃도 아름답지만, 잎새도 아름답다

心田農夫 2011. 7. 11. 11:57

 

 

 

 

 

잎사귀의 명상

 

                        이 해 인

 

꽃이 지고 나면

비로소 잎사귀가 보인다

잎 가장자리 모양도

꽃보다 아름다운

시(詩)가 되어 살아온다

 

둥글게 길쭉하게

뽀족하게 넓적하게

 

내가 사귄 사람들의

서로 다른 얼굴이

나무 위에서 웃고 있다

 

마주나기잎

어긋나기잎

돌려나기잎

무리지어나기잎

 

내가 사랑한 사람들의

서로 다른 운명이

삶의 나무 위에 무성하다

 

 

 

 

우리들은 색색으로 피어나는 아름다운 모습의 꽃을 좋아한다. 그래서 꽃이 피는 봄이면 꽃을 찾아서 꽃구경도 가기도 한다. 그러다 꽃이 지고 나면 그 나무나 나무의 잎에는 눈길을 주지를 않는다. 그러나 그 꽃이 피기까지 수고한 잎이 없었다면, 꽃들이 고운모습으로 아름다운 색을 가지고 필 수가 있었을까.

 

 

 

 

일요일에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집 근처 창포 뒤 산으로 산책을 한다. 걷다보면 만나게 되는 나무들 그리고 그 나무들의 잎새를 보면 저마다 모양도 다르고 크기도 다르고 색 또한 다름을 알 수 있다.

 

 

 

 

특히 새롭게 나오는 새싹을 보면 여린 그 모습이 신비스럽기도 하고 갓난아이의 천진스러운 얼굴처럼 맑은 연둣빛의 잎새에서 순순한 멋을 느끼게 된다.

 

 

 

 

이해인님의 “잎사귀의 명상”을 보다가 문뜩 지난 일요일에 집근처 창포 뒤 산을 걷으면서 마주한 잎사귀들을 카메라에 담았던 것이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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