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하늘로 보낸 편지, 하늘에서 온 편지

心田農夫 2017. 4. 7. 12:55

일을 해야 하는데 왠지 알 수 없는 힘이 일을 미루게만 한다. 매일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게 평범한 우리들의 일상인데, 나 역시 저녁에 퇴근하여 늦은 저녁을 먹으면서 전에는 보지 않았던 뉴스를 보게 된다. 안보면 궁금하고 보고 나면 안타까움이 가슴에 자리한다. 산 넘어 산이라더니 세월호를 저 깊은 바다에서 건져 내기만 하면 모든 것이 순조로이 진행되겠지 하던 생각이 매일저녁 뉴스를 보면 갈수록 태산임을 알게 한다.

 

세울호 참사가 발생을 하고 나서 세월호에 관한 책을 사보기 시작해 매년 사월이면 한두 권의 책을 사보았다. 그렇게 벌써 여섯 권의 세월에 관한 책을 읽었다. 작년에도 두 권의 책을 사서 보았는데 우연인지 아님 필연인지 출판사도 다르고 책을 낸 작가들도 다른데 두 책이 마치 연관이라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권은 416 가족협의회, 김 기성, 김 일우님이 엮고 백 재동 화백이 그림을 그려 펴낸 책잊지 않겠습니다.





다른 한 책은 단원고 아이들의 생일을 맞이하여 아이들의 시선으로 쓰인 육성 생일시 모음으로 "그리운 목소리로 아이들이 말하고 미안한 마음으로 시인들이 받아 적었다."는  하늘에서 온 육성의 시를 모아 책으로 펴낸엄마. 나야.라는 책이다. 한권의 책을 지상에 남아 있는 가족, 부모와 형제자매들이 하늘로 보낸 편지이고 다른 한 책은 하늘의 아이들이 자신의 생일날을 맞이하여 지상으로 보낸 육성의 편지이다.

 

물론 출판사나 책을 펴낸 분들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독자인 내가 보기에는 두 책의 작가들이 협력하여 한권의 책으로 내면 어떠할까? 하는 생각을 들기도 해 한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서 독자로서의 나의 의견을 전하기도 하였다. 엄마. 나야에는 하늘로 간 학생들 중에서 34명의 아이들이 지상에 있는 가족에게 보낸 육성시가 담겨 있고, 잊지 않겠습니다에는 116명의 학생들 가족이 지상에서 하늘로 보낸 편지가 담겨 있다

.

이렇게 다른 두 책에 다 등장하는 학생의 이름이 있다. 그 학생의 가족이 지상에서 하늘로 보내 편지가 있고 그 학생이 하늘에서 지상으로 보내온 편지가 있기에 옮겨 본다. 물론 우리가 생각하는 지상의 편지에 대한 하늘의 답장은 아니다. 출판사가 다르고 책을 엮은 저자들이 다르고 한권은 편지의 형식이고 하나는 생일시, 즉 시의 형식으로 엮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우연이라고 보기보다는 인연의 끈이 산자와 죽은 자을 연결해주는 것은 아닐까?





하늘로 보낸 편지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내 딸 혜선아

 

오늘은 너의 열여덟 번째 생일이야 처음으로 엄마 품에 안기던 날 기억하지? 가슴 벅차고 행복했던 그 순간, 그 느낌은 그대로 인데 우리 딸은 내 옆에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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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엾은 내 딸 혜선아, 그 고통의 길에서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까? 마지막 순간까지 수도 없이 엄마를 불렀을 내 딸, 힘들게 떠나던 그 고통의 길에 함깨 하지 못하고 울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엄마를 용하해줘.

 

혜선아, 네가 없는 집 안은 고요와 침묵만이 흐르고 주인 없이 돌아온 신발 한 짝은 네 책상 위에서 너의 아픔을 전해주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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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방 침대에 전기장판도 깔아 놓았다. 따뜻하게 행복한 꿈만 꾸었으면 좋겠구나.

 

<단원고 2학년 9반 김혜선(17)양은 시각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했다. 어머니는 여력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를 했다. 고민하던 혜선이는 대신 다른 꿈을 찾았다. 해양대학교에 들어가 배를 만들겠다고 했다. 혜선이는 세월호가 바다 속으로 사라진 지 일주일 만에 엄마의 품으로 돌아 왔다. 몸은 차가웠다.> 잊지 않겠습니다.중에서 인용

 

    

                                           (단원고 2학년 9반 김혜선양, <잊지 않겠습니다> 속의 박재동 화백의 그림 인용)



하늘에서 온 편지

 

마음이 너무 많아서

 

여기서는 뺄셈만 배워요. 뺄셈은 아주 가볍죠.

고통을 빼고 두려움을 빼고 안타까움을 빼면

내게는 추억만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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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그리울 때에만 잠깐 신발을 신어 봐요.

정표를 나눠가진 듯이 한 짝은 우리 집에 있어서

한 발은 여기에 한 발은 거기, 껑충 뛰어갈 수 있어서요.

따뜻한 내 방 전기장판에 대자로 누워볼 수 있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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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우는 우리 엄마,

너무 많이 미안해하는 우리 아빠.

너무 많이 슬픔을 삼키는 우리 언니,

너무 많이 힘들어하는 내 단짝 주희,

 

내가 너무 많이 사랑했던 사람들의

너무 많은 마음 위에

깨끗한 눈송이들을 조금씩만 골라보았어요.

 

마음이 많아서

천천히 오래오래 보낼게요.

비가 오면 손을 뻗고요, 눈이 오면 혀를 내밀어주세요.

별이며 달이며, 자세히 보면 새로운 모양일 거예요.

제가 새로 맘대로 디자인한 거예요.

좋다, 하고 말해주세요.

                      - 그리운 목소리로 혜선이가 말하고,

                                       시인 김소연이 받아 적다.-

      

 




하늘로 보낸 편지


사랑하는 아들 차웅이에게

웃으며 잘 다녀오겠습니다.”하며 떠났던 수학여행이 너무도 길구나. 너를 보지 못하고 살아내는 날들이 하루하루 늘어간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 현실이 너무나 가슴 아프단다.

                        ----------------- 중략 -----------------

엄마의 꿈속에 한 번도 와주지 않는 아들아. 한 번만이라도 엄마에게 와주렴. 딱 한 번만, 너를 보지 않고서는 너를 보낼 수가 없다. 이 엄마가 너무나 보고 싶고 그리운 아들아. 하루하루가 참 많이 힘들고 괴롭지만 너의 모습을 추억하며 그렇게그렇게 살아가 불게. 세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던 너였기에.

 

아들아, 가슴이 참 많이 아프다.

사랑한다, 아들아.

보고 싶다, 아들아.

 

<단원고 2학년 4반 정차웅(17)군은 세월호 침몰 사고가 난 416일 오전 1025분에 침몰 해역에서 전마도 201호 어업지도선에 의해 발견했다. 차웅이는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있었다. 침몰하는 배에서 자신의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주고 또 다른 친구를 구하기 위해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차웅이는 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결국 이날 1220분에 숨졌다,>잊지 않겠습니다.중에서 인용


 

                                           (단원고 2학년 4반 정차웅군,  <잊지 않겠습니다> 속의 박재동 화백의 그림 인용)



하늘에서 온 편지

 

엄마! 내가 알아서 할게

 

엄마, 나야 차웅이

잘 지내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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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리를 보았을 때 그 사람이 더 그리워진다는데.

막내아들 자리가 비어 있어서,

막내아들 목소리가 좀처럼 들이지 않아서

내가 많이 그립지?

 

너무 속상해하지 마.

엄마가 속상하면 나도 그만큼 속상하잖아

세상에서 제일 예쁜 우리엄마의 얼굴을 어루만질 수 없어서,

세상에서 제일 향긋한 엄마의 살내음을

곁에서 맡을 수 없어서

나도 엄마가 너무도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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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간 내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벗어줬을 때

난 내가 조금 어른이 되었다고 느꼈어.

형은 나보도다 더 어른이니까

어려운 사람을 나보다 훨씬 많이 도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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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날 생각해줘.

생각하되 슬퍼하지 말아줘.

엄마가 울면 나도 운다는 것.

엄마가 웃을 때 내가 웃을 수 있다는 것

잊지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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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엄마,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아빠랑 형과 함께 즐거운 생각만 하면서 지네.

먼 훗날, 엄마 아빠 품에 안길 때까지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께!

               - 그리운 목소리로 차웅이가 말하고

                                                 시인 인경섭이 받아 적다. -




위에 옮겨 적은 두 학생 말고도 여러 학생이 두 권의 책에 다 등장하고 있다. 두 권의 책을 따로따로 구입하여 읽었지만, 읽을 때만다 눈물 없이는 읽을 수가 없었는데, 두 권의 책을 나름 연관성을 두고 다시 보자니 참으로 우연이라 할 수 없었다. 세월호가 바다 속에서 올라와 아직 배위에 있고 지상으로 옮겨지지 않아 미수습자 가족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고 며칠이 지나면 세월호 사고의 삼주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마음이 착잡해 글을 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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