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더럽게도 기분 이상한 날일세.

心田農夫 2017. 3. 31. 18:31



                                      내가 만약 촛불을 밝히지 않는다면

 

                                                                                        나짐 히크메트

 

                                                내가 만약 촛불을 밝히지 않는다면,

                                                당신이 만약 촛불을 켜지 않는다면,

                                                우리가 만약 촛불을 밝히지 않는다면,

                                                이 어두움을 어떻게 밝힐 수 있는가?







참으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더럽게도 기분이 이상한 날이다. 밖에는 지저분하게 비가오락가락하고 하늘은 바로라도 주저앉을 것 같은 먹구름이 잔뜩 찌푸리고 있다. 저 비는 봄비로 단비인 것인데, 내리려면 주룩주룩 내려야 초목의 목마름을 해결해 줄 수 있고 농부님들의 마음에도 흡족을 심어주련마는 내리려면 비답게 내리던지 안 오려면 햇빛이라도 비추일 것이지 이도저도 아닌 참으로 기분 더럽게 하는 날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오늘은 십년 단골손님 있었던 강 선생의 발인이 있는 날이다. 그리고 나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아버님의 기일이 오늘이다. 국가적으로는 한 때에는 대한민국의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형사소송법에 의해 검찰에서 신청한 영장신청을 영장전담판사의 법리 검토를 거쳐서 영장이 발부되어 피의자가 되어 강제로 교도소에 입감이 되었으니 이 또한 기분 좋은 일은 아닌 것이다.


 


                                                            프리드리히 작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1818년경



물론 개인적으로는 탄핵을 지지 하고 서울까지 올라가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국민의 한사람으로 목청껏 탄핵인용, 박근혜 구속을 외쳤지만, 어디 사사로운 나의 이익이나 나의 안위를 위해서였겠는가. 법치주의, 민주주의가 퇴색되어가는 현실에서 목구멍에 풀칠하기 위해 읍 단위 시골에서 작은 가게를 하는 초로의 촌부이지만, 그래도 국가의 구성요소인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직접주권을 행사하기 위함이었을 뿐이었다.

 

국가의 원로들이 4월 하야를 권했을 때 하야를 했다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결정되었을 때에 결정에 승복하고 태극기집회자들에게 승복을 합시다. 이제나라를 위해 하나 됩시다. 라는 담화라도 발표했다면 오늘 같이 수감이야 되었겠는가? 기소가 되어 재판을 받을 것이고 재판을 받고 어떠한 무거운 형벌을 받는 다해도 다음 정부에서 특별사면이라는 형식을 빌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발러 작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1983년



증세 없는 사회복지를 확대하겠다는 빌 공자 공약(空約)을 시작으로 세월호유가족에게 할 말이 있으면 언제라도 청와대로 찾아오라 공개석상에서 이야기 하고는 찾아가는 유족을 경찰을 동원해 막았고, 국정농단이 국민에게 알려져 사과담화라고 발표를 한 123차 담화가 다 거짓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지난 4년의 통치를 되돌아보면 말하기는 그렇지만 입만 열면 거짓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던가. 우리국민은 참으로 정이 많은 국민들이다. 즉 측은지심(惻隱之心)이 깊은 국민들이다. 잘못에 대해 거짓 없는 진실을 말했다면 이해와 용서를 하련마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오늘도 이제 서서히 저물어 가려한다. 아침에는 이승의 소풍 마치고 하늘의 본향으로 돌아가시는 단골손님에서 지인이었던 강 선생님에게는 삼가명복을 빌어드리는 날이고, 저녁에는 아버님의 영정사진 식탁으로 옮겨와 아버님 생존에 좋아하시던 몇 가지 음식을 놓고 아버님에 대한 회상을 할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에서 검찰에 의해 공소 제기를 받고 피고인이 된 그분에게는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한편 인과응보(因果應報)라는 단어가 떠오르게 한 그녀 때문에 기분이 더럽게 된 날 이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