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만년필. 그대여 어디에 계신가요.

心田農夫 2006. 4. 14. 16:57

아침에 가방을 챙기며 ‘어디서 잃어 버렸는지 정말 알 수가 없네,’ 하니

아내의 말이 ‘ 하나 사요 찾지 말고’한다.

화요일에 학교에 갔다 오고 나서 필통이 안 보인다.

며칠째 찾는 나를 보고 답답했나보다

‘현지(작은 딸)가 생일 선물로 준 필통이라니까,’

사실 딸아이가 생일 선물로 준 이유도 있지만

그 안에는  샤프연필과 그 외에 여러 필기구가 들어 있었지만

한 이십년은 가지고 있던 자주색의 파카만년필과 몇 년 전

작은 딸아이(엄마를 졸라 아빠 좋아하는 것을 사겠다고 했단다)가

생일선물로 주었던 파카 잉크 심 만년필이 들어있었다.

딸아이가 주었던 잉크 심 만년필도 예쁜 자주색 이어서

마치 두 자루가 같은 색으로 세트 같았는데,

잃어버리고 나니 얼마나 선운 한지

집 사람은 다시 사면된다지만 어디 나의 손때가 묻은 만큼

정이 담뿍 들어있는 것을 알 리가 없다.

요즈음이야 나도 컴퓨터로 글을 쓰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꼭 만년필로 글을 적고는 했는데

너무도 아쉽다

요즘 아이들이야 잃어버리면 그냥 찾지도 않고

다시 산다고 하드라만서도

몽당연필을 쓰던 우리시대의 사람들이야 어디 그런가.

거기다 나는 필기구의 욕심이 많은 편이다

마음에 드는 필기구가 눈에 띠면 꼭 가지고 싶고 가지고야 만다.

사실 요즈음 학교에서도 샤프연필을 주로 쓰고 있지만 그래도

일기나 간혹 쓰는 편지에는 만년필을 써 왔는데

이제는 정말 이별인가 보다

하긴 요즈음 만년필을 쓸 일이 별로 없다

소식도 e-mail이다, 핸드폰의 문자 메시지다 하는 세상에

만년필을 찾는 것은 이미 시대의 뒤떨어진 나이 인가보다

‘문방사우(文房四友)’ 이제는 이 말도 사라지는 것은 아니가 몰라

종이의 그 향기와 먹을 갈면서 생각을 곰씹을 수도 있고

또 먹을 가는 냄새 또한 아니 좋은가,

나 자신도 초등학교(그 시절은 국민학교라 했다)때와

꼭 필요한 때가 아니고는

거의 붓을 잡아보지 않았고 붓으로 쓸 일이 있을 때는

붓 펜이라는 것으로 써왔듯이 우리의 아이들이 대화에서

만년필이라는 단어와 문방사우란 말조차

서서히 사라져가는 것만 같아 필통을 잃어버린

마음처럼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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