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길일의 결혼식

心田農夫 2006. 4. 24. 10:43
 


무척이나 화창한 날씨다

결혼식이 있어 집을 나서니 밖의 날씨는 한 여름이다

어제까지 만도 변덕스럽던 날씨가

한밤을 지새우고 나니 이렇게 달라지다니

결혼식장에 빨리 다녀와 아이들 데리고

공원이라도 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차에 올랐다

식장근처를 가니 주위가 난리다.

길 전체가 주차장인 것 같이 차가 밀리고

그래도 공설운동장의 주차장하면 넉넉한 편인데

차 세울 데가 없다

주차장 맨 끝자락에 간신히 주차를 하고 한참을

걸어서 예식장 앞에 오니 이곳 또한 사람으로 꽉 차 길이 막혔다

웬 사람들이 이렇게 많지 하면서 사람들을 헤치면 계단을 걸어서

5층에 가 신부에게 인사하고(참 예뻤다)

축의금을 내미니 식사를 할 것인가 묻기에,

예,  (속으로  별스런 사람다보게네 그럼 밥도 안 주려고 했나)

하니, ‘옆 사람에게 식권 하나줘’ 한다.

가만 보니 그 옆에 다른 사람에게는 만 원짜리 지폐를 준다.

아, 그래 물어봐 구나

식사를 안 한다면 돈을 주는 것이다

참 묘한 생각이 든다.

어찌 생각 하면 참 좋은 배려다 하는 생각이 아니 드는 것도 아니지만

어떻게 세상사 다 돈으로 할 수 야 있나 말이다

세상 많이 변했다

내 어릴 때만 해도 결혼식에 갈 때면

어머님은 새로운 가정에 필요한 것을 사들고 가시고는 하는 것을 보았고

내 친구들이 결혼을 할 때도 필요한 한 것을 친구에게 물어서 사주었는데

그리고 지금과는 다르게 진짜 축하해 줄 사람에게만 연락을 하고

진실 된 마음으로 축하를 해주고 축하를 받고 하던

풍경은 어디 가고 무슨 장사하듯 변해 가는

마음 아픈 우리들의 결혼 모습이다

식당에 내려가니 자리가 없다

접시 들고 돌기를 두 바퀴 반인데 마침 급우를 만났다

다행히 옆에 비집고 앉자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나서고 말았다

나서며 다시 사람의 숲? 을 헤치며 들으니 오늘 이 쌍 윤달? 이라나.

듣고도 잊어버렸는데

아무튼 최고의 길일 이란다.

그럼 오늘처럼 길일에 결혼을 하면

다 잘살고 다 행복하고 다 부자 되고 그러는 것인가.

참 우습다

정화수 한 그릇 떠놓더라도

신에게 두 사람 부부됨을 맹세하며

부모친지들의 축복을 받으며 한 몸 이루던

정말 성스럽고 성스러웠던

우리의 결혼의 풍습은 어디로 가고

마음이 아니 겉치레의 식이 되었나.

씁쓸한 마음을 가지고 식장을 뒤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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