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미루고 미루던 화초 벤자민의 화분 가리를 했다
잘 자라더니 언제인가부터 시들시들하기에
화분이 작아서 뿌리가 제대로 뻗지를 못해서 일거라는 생각에
조금 큰 화분에 갈아 주어야지 하고는 생각을 했는데,
꼭
주일이면 다른 일이 생겨 벌써 갈아야 할 것을
어제 오후 늦게 마음먹고는
장갑을 끼고는 분갈이를 시작했다.
벤자민의 잡고 화분을 빼내어보니
아니, 이럴 수가 있나, 해도 너무했다 싶었다.
큰 사기화분에 밑에는 스치로폼 조각을 잔뜩 넣고
그 위에 흙은 조금 얹고는 검은색의 플라스틱 화분을 빼내지도 않은 채
사기 화분 안에 넣고는 주위에 흙으로 덮어놓았다.
검은색 플라스틱 화분의 밑구멍으로 약간의 뿌리가 벋어나 와있고
나머지는 그 검은색 플라스틱 화분 속에 갇혀 소복이 뭉쳐져 있는데
흑이라고는 거의 없고 뿌리들만 얽히어 있었다.
화분을 파는 분이라면 그래도 꽃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을 텐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지 이해가 안 되었다.
겉모습만 예쁘게 사기화분에 넣어서 팔기만 하면 된다는 식이 아닌가.
나는 돈을 받고 팔았으니, 나중에 화초가 죽든 말든 상관이 없다는 것 아닌가
전지가위로 플라스틱 화분을 잘라내려고 하니
뿌리가 화분에 꽉 달라붙어서 ,
많은 뿌리가 상했는데 잘 자라 줄지 모르겠다.
그러나 마음은 시원했다
벤자민도 시원해 했을 것 같다
그 좁은 플라스틱 화분에 막혀 더 뻗어 나가지를 못 하고 갇혀 있었으니,
상도덕이라는 것이 있는데,
어찌 그렇게 할 수가 있는 것인지
어떤 이 말하길 잘 자라게 해서 팔면 장사가 안 되니
사가지고 가서는 화초가 죽어주어야
또 사러갈 것 아니냐한다.
옛 말에 눈 가리고 야옹한다더니
참 세상 요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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