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엿장수가 그리워진다.

心田農夫 2006. 9. 30. 11:23
 


내가 어렸을 때에는

엿장수라는 직업의 사람이 있었다.


쓰다가 못쓰게 된 물건들을 가져다주면

그 물건의 값만치를 엿을 주고는 했다


간식거리가 전혀 없던

그 시절 어린이들에게는

간식을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엿장수가 큰 가위로 가위를 부딪쳐

소리를 내면서 리어카를 끌고

동네로 들어오면 동네 꼬마들이

올망졸망 그 뒤를 졸졸 따라 다녔다


얼마나 먹고 싶었으면 

신는 고무신도 몰래 가지고 가고

집에서 쓰고 있는 냄비며 여러 가지

양은그릇을 몰래 가지고 가서


엿하고 바꾸어 먹고는 나중에

부모님에게 혼들이 나고는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이제야 엿장수가 동네를

가위질을 하면서 다니는 것을

보려고 해도 볼 수가 없다.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지고만

직업군의 하나가 되어버렸다.


간혹 이곳의 오일장이 서는 날

남자 두 명이 품바차림으로

 

북과 장구를 치면서 노래와 춤으로

길거리공연을 하면서

엿을 파는 것을 보기는 해도


옛날처럼 고물을 받고

엿을 주는 것이 아니라

돈으로만 거래가 이루어진다.


몇 일전 장날에 보니

그 옛날의 엿장수가

생각나게 하는 곳이 있었다.

 

생활용품을 파는 가게에서

양은, 알루미늄, 스텐 그릇 등

쓰던 그릇을 가진고 오면

새 물건으로 교환해주는 행사를 하고 있었다.


프라이팬, 냄비, 양동이 등

쓰던 물건을 가지고 오면

저울에 달아서 그 무게의 값만큼을

새 물건 값에서 제외하고는

새 그릇하고 교환을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교환을 하고 나서 정리를 하는 것을 보니

멀쩡한 것들이 눈에 띄어 가서 주인에게 물어보니


어떤 것은 한 번도 안 썼던 것 같은

물건도 들어온다면서  몇 가지를 보여주는데

내가 보기에도 정말 깨끗한 것들이었다.


그리고 썼던 것들 중에도

아직은 멀쩡해 충분히

쓸 수 있을법한 것들이 제법 있었다.


그것을 보니 너무도 풍요로운 시대에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어린 시절에는 이런 직업도 있었다.

작은 나무로 만든 상자를 어깨에 메고

구멍 난 냄비 때워요, 칼 갈아요

외치면서 동네를 다니는 아저씨가 있었다.

 

그랬다 그 시절에는

그 얇디얇은 양은 냄비가

구멍이 날 정도로 썼고


구멍이 나면 그분들에게

그 구멍을 때워서 다시 써왔던

우리의 어르신들이 있었다.


그 분들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풍요하게 사는 것은 아닐까?


새것을 가지고 싶고, 쓰고 싶은 것은

인간으로 인지상정(人之常情)이겠지만 

그래도 너무 심했다 싶다


있을 때 아끼고 풍요로울수록

그 풍요를 잘 활용하는 것이

삶의 지혜가 아닐까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