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나는 어떤 의자일까?

心田農夫 2007. 5. 5. 12:27
 

         의    자

                     이 정 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라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계간시집 시 하늘

가을 호에 실려 있는 시다.

아침에 눈에 보이기에 들고는 펼쳐서

몇 편의 시를 보다가 다시 보게 된 시

“의자” 분명히 지난 가을 보았었는데,

그 때는 그냥 보고 덤덤히 지나쳤었는데


오늘은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

나라는 존재의 의자는 누군가를 위해서

자리를 내어주어 편하게 앉히어 보았던가,


이 세상 살아오면서

자리를 내어주어 앉히기보다는

앉아있는 것도 일어나라하면서

살아왔던 것은 아니었나,

자신에게 질문하면서 지난날을 돌아보게 된다.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나는 과연 나의 어머니에게 어떠한 의자였을까?

그리고 얼마 전 영원의세계로 가신 아버지에게는

어느 정도의 편안함을 드렸을까?

아니면 앉기에 불편한 의자는 아니었을까?


또 아내에게는 남편이란 자리의 의자로서

그리고 두 딸에게는 아빠란 자리의 의자로서

편하게 앉게 자리를 만들어주었나

아니면 바늘방석 같은 불편함을 주는

의자는 안이었을까?

과연 나는 어떠한 의자이었을까?


그리고 살아오면서 나를 만났던 사람들에게

어떠한 자리를 제공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반세기를 살아오면서 만나고 헤어졌을

그 수많은 사람들에게 어떠한 추억의 의자로서

그들의 뇌리에 남아 있었을까?


앞으로 살아갈 날 만이라도

나의 자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편안하고 안락한 의자를 제공하면서

살아가야 하겠다는 마음을 겨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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