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귀한 저녁초대

心田農夫 2007. 5. 3. 18:33
 



초대합니다,

5월2일 수요일 저녁 7시30분에

저희 집에서 산나물정식으로 모시겠습니다.

                               조 O O


5월의 첫날 출근길

아침에 들어온 문자 메시지

후배가 보내온 문자를 보고, 아니 올해도 또,


매년 이맘때이면 어김없이 초대를 해준다.

그것도 나 혼자가 아니라 모임전체를 초대를 한다.


보통의 주부들이야

특별한 날 초대를 한다고 해도 번거롭고 귀찮아하련만,

그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무슨 이익이 생기는 일도 아니 것만,

벌써 몇 년째 이렇게 저녁초대를 하고는 한다.

진정 나눔을 아시는 내외분이다.


어제 후배가 식사를 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채취한 나물을 일일이 가져다 드릴 양은 안 되고

  이렇게라도 해야 다 같이 먹을 수 있기에

  별로 먹을 것도 없으면서 초대를 했습니다,”


시골 골짜기에 사는 것도 아니고

그것도 농사를 짓는 농부도 아니요

도시 한복판에 살며 회사원 생활을 하면서

준비를 했으니, 몇 번이나 산에 오르고 내렸을까?


언제부터인가 건강을 위해서 산을 다니더니

시골출신이라 나물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는 해도

나물을 채취 해다가 자신들만 먹으면 그만 일 텐데


그렇게 힘들게 체취 해다가

하루 종일 제수씨 혼자서 삶고 묻히고 튀기면서

그 많은 것들을 다 장만하려면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그것뿐이라 먹는 동안

계속해서 부족한 것을 가져다주고

자신은 식사조차 같이하지를 못했다.

같이하자는 우리들의 말에

튀기면서 먹어서 괜찮다고만 하신다.


어디에 간들, 어느 식당에 가서

이렇게 귀한 나물정식을 먹을 수 있을까?

나물정식이라 말하지만 우리들은 항상 나물 뷔페라 부른다.


이름도 알 수없는 갖가지의 상큼한 향의 나물들.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취나물, 두릅나물 야생더덕정도다.


어느 것은 삶아 내놓고

어느 것은 생으로 그냥 씻어서 접시에 담아내고

어느 것은 튀김으로 만들어, 그리고 부쳐서 마름모로 썰어

예쁘게 층층이 쌓아서 가운데는 발알간 열매를 놓으니 정말 보기에도 좋았다.


면장님은 밥에는

수저도 아니 대고 나물만 계속 잡수신다.

밥이야 매일 먹는 것인데,

오늘 같은 날은 밥으로 배를 채워서야, 하시면서


한 쌈 나물을 손으로 잡고

초고추장에 찍어 한입에 넣고 잘도 잡수신다.


우리는 먹으면서

이것은 이름이 무엇이냐 묻고는

이름을 대주면 그런 것 있었나. 한다.


그러다가 바로 잊어버리고는

다른 것을 먹으면서 또 묻고는 한다.


저녁 늦은 시간 까지 즐거운 담소를 하면서

식후에 내온 과일과 단술로 입가심을 하고는

짧은 인사

“잘 먹고 갑니다.”

“수고하셨습니다.”하는 인사 말 한마디

뒤로 남기고 집을 나섰지만


저 많은 설거지를 하시려면

자정도 넘겨야 할 텐데,

안쓰러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을 갖고는

각자 헤어져 돌아들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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