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누가
먹고 놀면서
잘 먹고 잘 살기를 바란 다더냐
손톱 하나
까딱하지 않는 것들이
세상 물정을 통 모르네.
내 성동에
빌린 밭 몇 뙈기
국록 대신으로 힘써지었거니
참새랑 들쥐가
반타작을 해가도
그런대로 얼굴을 펴고 살았네.
<김시습> 지음
구구하게
벼슬을 구걸하여
녹이나 쳐다보고 사느니보다
몸소 걷어붙이고 지은 농사로 의식을 자급할 요량이었다.
하지만
추수는 해마다
해톤을 대기에도 빠듯하였다.
관가에서
갖은 구실을 붙여 가며
받자하는 것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 중략 …
그러므로
더욱 죽어나게 된 것은
이 직전을 맡아서 몸으로 농사를
지어 얻어먹고 살던 농부들이었다.
사단은 간단하였다.
벼슬아치들은 벼슬을 잃으면
아울러서 땅도 잃어 생계가 막히게 되므로
벼슬살이를 하는 동안에 제 한평생 먹고 쓸 것은 물론,
자손들을
가르치고 살게 해줄 밑천도
단단히 장만하지 않으면 이니 되었고,
그리하여
악착같이 우려내고 자아내고 가로채고
등쳐먹기로 버릇을 들이게 되었던 것이다.
「매월당 김시습」중에서
위의 글은
그 옛날 양반하면
육체노동은 하지를 않았다는데,
그 양반님이신 매월당 김시습이
먹을 것을 위해 직접 농사를 지어보니
참새와 들쥐의 피해가 적지 않게 심했다.
그래도 얼굴을
찡그리지 않았는데
추수를 할 량이며 벼슬아치들이
이런저런 명목으로 손톱하나 까닥이지 않고
추수 한 것을 빼어가는 것에 대하여 쓴 글이다.
예나 지금이나
국민의 공복이라는
벼슬아치(공무원)들,
그 자리 내놓기 전에
이리저리 민초들 우려내고, 자아내고,
가로채고, 등쳐먹기는 변함이 없나보다.
내 이런 소리는 들은 적은 있다.
자신의 높은 직책 내놓기 전에
아들, 딸 결혼식 서둘러 하면서,
그 직책을 이용해 축의금 걷어 들인다는 말은 들었다.
그런데 내 오십 평생 살아가면서 이런 말은 처음 듣는다.
농민들을 위로하자는
“쌀 소득 직불금”을
해당사항이 없는 사람들이 꿀꺽 해먹었단다.
농사가 무엇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손 한번 까닥하지 않고 농사지었다고
높으신 벼슬아치들 꿀꺽하고 입 닦았단다.
꿀꺽하고 입 닦은
공무원들이 약 4만 명이고,
공기업 몸담은 사람들은 6000명에
그리고 높다하는 고위 공무원이 100여명이란다.
그리고 그 금액이 자그마치 1,682억이라나. 머라나
그 중에는 평소에는
논과 밭, 그리고 농부 근처에는
안가 보셨을 차관님도
난 농부고 농사 지었다하시며,
직불금 신청하시어 아주 달고 맛있게
아작아작 소리 내며 씹어서 꿀꺽하셨단다.
그래, 그 누가 그랬다지,
“눈먼 돈은 먼저 먹는 놈이 임자다.”
아마, 그 돈이 눈먼 돈이었던가 보다.
그럼 그 차관님, 임자 맞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런 말도 있다지?
“벼룩이 간을 내어 먹는다.”
즉 극히 적은 이익을
치사한 방법으로 얻는다는 뜻아 아니던가.
그래 처 잡수실게 그렇게도 없어
농민들 줄 돈을 처먹었으니,
체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런데 왜 그런 치사한자들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하는가.
명단을 공개 않겠다는 인간들,
같은 족속이라고 감싸겠다는 수작이니
하나 같이 탐관오리(貪官汚吏) 아니더냐?
야, 이놈들아!
하늘 무서운 줄 알고
민초들 무서운지 알게 될 날이 있으리라.
'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아수독오차(男兒須讀五車)라 했던가 (0) | 2008.10.18 |
---|---|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네. (0) | 2008.10.17 |
평생에 처음 주는 뇌물? (0) | 2008.10.14 |
스승을 만나는 기쁨 (0) | 2008.10.09 |
행복을 나누어 주던 사람 (0) | 2008.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