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걷이 끝난
벌판의 가운데로 난
7번국도 위를 어딘지 알 수 없는
목적지를 향하여 달리는 긴 차들의 행렬
강의실 창문을
통하여 보고 있노라니
답답한 강의실을 벗어나
나도 그냥 저 차들의 뒤를 따라
목적지 없이 달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부터
토요일인 오늘까지
「교육과정 및 평가」란 과목을
엉덩이 의자에 부치고 앉자
노교수의 침울한 강의를 들으려니
졸음은 오고 지루함 답답함에 오금이 조요 든다.
그래 엉덩이 한 번 들썩하고는
또 다시 시선은 창문 밖으로 향한다.
어느 사이 창밖의 시선은
흐르는 차 뒤꽁무니 따라 같이 흐르며
나도 저 길을 따라 무작정 힘차게 달렸으면
무심결에
입속 나직이 새어나오는 소리
좋 겠 다.
좋겠다.
백 창 우
1
끝까지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몇 개쯤 있었으면
좋겠다.
2
매일
시 한 편씩 들려주는
여자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3
하루에
서너 시간밖에 안 가는
예쁜 시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4
몹시 힘들 때
그저 말없이 나를 안아 재워 줄
착한 아기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5
내가 바람을 노래할 때
그 바람 그치기를 기다려
차 한 잔 끊여줄
고마운
하나
있었으면
좋
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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