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그리고 그 속의 이야기

무심히 한 말

心田農夫 2008. 11. 15. 16:15

 

가을걷이 끝난

벌판의 가운데로 난

7번국도 위를 어딘지 알 수 없는

목적지를 향하여 달리는 긴 차들의 행렬

 

강의실 창문을

통하여 보고 있노라니

답답한 강의실을 벗어나

나도 그냥 저 차들의 뒤를 따라

목적지 없이 달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부터

토요일인 오늘까지

「교육과정 및 평가」란 과목을

엉덩이 의자에 부치고 앉자

노교수의 침울한 강의를 들으려니

졸음은 오고 지루함 답답함에 오금이 조요 든다.

 

그래 엉덩이 한 번 들썩하고는

또 다시 시선은 창문 밖으로 향한다.

 

어느 사이 창밖의 시선은

흐르는 차 뒤꽁무니 따라 같이 흐르며

나도 저 길을 따라 무작정 힘차게 달렸으면

 

무심결에

입속 나직이 새어나오는 소리

좋 겠 다.

 

 

좋겠다.

  

                      백 창 우

1

끝까지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몇 개쯤 있었으면

좋겠다.

 

2

매일

시 한 편씩 들려주는

여자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3

하루에

서너 시간밖에 안 가는

예쁜 시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4

몹시 힘들 때

그저 말없이 나를 안아 재워 줄

착한 아기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5

내가 바람을 노래할 때

그 바람 그치기를 기다려

차 한 잔 끊여줄

고마운

하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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