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그리고 그 속의 이야기

미안해서 한 말인데

心田農夫 2008. 12. 3. 11:49

 

퇴근해 씻고 책상에 앉자

시험공부를 하고 있는데

아내가 산책을 가자고 한다.

 

“책을 보아야 시험 보지.” 했더니

“허리 아프다고 하면서

공부는 이제 그만 좀하지 건강이 우선이지“ 한다.

 

그래 그 말이 맞지 하는 생각에

“그래 가자”

하고는 따라나서며 현관에서

 

“엄마, 아빠 산책 갔다 올게”했더니

현관 옆에 마주한 딸아이들의

방문이 열리면서

“잘 다녀오세요.”하기에

 

두 딸은 공부를 하는데

운동으로 가는 산책이기는 해도

왠지 미안한 생각이 들어

 

“작은 딸 이번시험에도

저 번 성적만큼 하면 선물하고

먹고 싶은 것 외식으로 사줄게“ 했더니

 

“아빠 부담주지 마세요.”한다.

 

“아니 내가 언제 부담을 주니,

아빠는 언제나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했더니,

 

“그 말이 부담이지요.”한다.

“맞다 그게 부담이지”하면서

옆에 있던 집사람마저 거든다.

 

“그래그래, 딸 알아서 하세요.

아빠는 그저 딸이 열심히 하기에 한 말인데“

하면서 서둘러 현관을 나섰다.

 

잠을 자야 하는 시간임에도

잠을 못자면서 책상에 앉자

책과 함께하는 딸아이들이

항상 안쓰럽고 가여운 마음이다.

 

나야 내가 좋아서 하는 공부이지만

그럼에도 시험 때가 다가오면

나 자신도 얼마나 스트레스가 되는 지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위로를 해주려고 했던 말이

그만 딸아이에게 부담이 되었나보다.

 

딸아 미안 하구나

너희들은 공부를 하는데

산책 간다는 것이 그저 미안해서 한 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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