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를 채우면서
천 양 희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 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 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내가 만약 다시 태어나면
이렇게는 살지 않을 거야“
“내가 만약 다시 결혼한다면,…”
우리는 간혹 이러한 말들은 한다.
내가 만약 다시 …
커피숍에서 정중히
“한잔 더 부탁해도 됩니까?” 말하면
공손히 한잔 더 따라주는 덤은 있어도
결코 우리의 인생엔 덤이란 없는 것이다.
그래 첫 단추를 잘 채워야 한다.
그래서 시인도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단추가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는 것이다.
인생길,
그 누구의 삶도
두 번 살아본 경험이 없기에
우리는 첫 단추를 잘 채워야 하듯
한번 밖에 없는 인생길을
첫 단추를 채우는 마음으로 살아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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