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속의 작은 정원

인생엔 덤이 없다

心田農夫 2008. 12. 9. 11:49

 

 

단추를 채우면서

 

                                                        천 양 희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 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 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내가 만약 다시 태어나면

이렇게는 살지 않을 거야“

 

“내가 만약 다시 결혼한다면,…”

 

우리는 간혹 이러한 말들은 한다.

 

내가 만약 다시 …

 

커피숍에서 정중히

“한잔 더 부탁해도 됩니까?” 말하면

공손히 한잔 더 따라주는 덤은 있어도

결코 우리의 인생엔 덤이란 없는 것이다.

 

그래 첫 단추를 잘 채워야 한다.

그래서 시인도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단추가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는 것이다.

 

인생길,

그 누구의 삶도

두 번 살아본 경험이 없기에

 

우리는 첫 단추를 잘 채워야 하듯

한번 밖에 없는 인생길을

첫 단추를 채우는 마음으로 살아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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