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속의 작은 정원

새삼 알게 되었네.

心田農夫 2008. 12. 17. 11:30

우리말 사랑-4

 

                                                  서 정 홍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들 죽으면

사망했다고 하고

넉넉하고 잘 배운 사람들 죽으면

타계했다

별세했다

유명을 달리했다 하고

높은 사람 죽으면

서거했다

붕어했다

승하했다한다

 

죽었으면 죽은 거지

죽었다는 말도

이렇게 달리 쓴다, 우리는

 

나이어린 사람이면 죽었다

나이든 사람이면 돌아가셨다

이러면 될 걸

 

 

 

 

이아침에 위의 시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인생은

태어남으로 시작되어

죽음으로 그 마무리를 한다.

 

그 누구나

이 세상에 올 때는

붉은 빈손으로

벌거벗은 몸으로

똑같은 울음소리로

태어났음을 알릴뿐인데

 

죽었을 때는

넉넉하고 잘 배운 사람들은

그 죽음이 불리어지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하기는

한나라를 움직이는 것은

전체의 5%의 사람들이라고 하던가?

 

특별한 사람들이니

민초들에게나 불려지는

죽었다

사망했다

돌아가셨다는 말을 쓴다는 것은

불경죄가 되겠지

 

얼마 전 읽은

「아름다운 마무리」에

실려 있는 시조가 생각난다.

고려 말 백운 경한 스님이 읊었다는 임종게 다.

 

사람이 칠십을 사는 일

예로부터 드문 일인데

일흔 일곱 해나 살다가

이제 떠난다.

 

내 갈 길 툭 트였거니

어딘들 고향 아니랴

무엇 하러 상여를 만드는가.

이대로 홀가분히 떠나는데

 

내 몸은 본래 없었고

마음 또한 머문 곳 없으니

태워서 흩어 버리고

시주의 땅을 차지하지 말라

 

그리고

천상병 시인은

그의 시 귀천에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시인은 말 한다

나 돌아가리라, 고

 

그래 우리네 인생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 지는

알 수 없어도

왔으니 가는 것이리라

 

그러니 돌아간다는 그 말

그 말 만큼 정확한 표현이 있을까

 

요즈음

경제 상황이 너무도

안 좋아 여러 어려운 모습의

민초들의 삶을 목격하게 된다.

 

살아가면서도

이런 저런 설음에

보이지 않게 눈물을 흘리는 민초들의

삶인데

 

인생의

마지막에 불려지는

말에서 조차 차별 받는 것 같아

착착한 마음의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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