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사랑-4
서 정 홍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들 죽으면
사망했다고 하고
넉넉하고 잘 배운 사람들 죽으면
타계했다
별세했다
유명을 달리했다 하고
높은 사람 죽으면
서거했다
붕어했다
승하했다한다
죽었으면 죽은 거지
죽었다는 말도
이렇게 달리 쓴다, 우리는
나이어린 사람이면 죽었다
나이든 사람이면 돌아가셨다
이러면 될 걸
이아침에 위의 시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인생은
태어남으로 시작되어
죽음으로 그 마무리를 한다.
그 누구나
이 세상에 올 때는
붉은 빈손으로
벌거벗은 몸으로
똑같은 울음소리로
태어났음을 알릴뿐인데
죽었을 때는
넉넉하고 잘 배운 사람들은
그 죽음이 불리어지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하기는
한나라를 움직이는 것은
전체의 5%의 사람들이라고 하던가?
특별한 사람들이니
민초들에게나 불려지는
죽었다
사망했다
돌아가셨다는 말을 쓴다는 것은
불경죄가 되겠지
얼마 전 읽은
「아름다운 마무리」에
실려 있는 시조가 생각난다.
고려 말 백운 경한 스님이 읊었다는 임종게 다.
사람이 칠십을 사는 일
예로부터 드문 일인데
일흔 일곱 해나 살다가
이제 떠난다.
내 갈 길 툭 트였거니
어딘들 고향 아니랴
무엇 하러 상여를 만드는가.
이대로 홀가분히 떠나는데
내 몸은 본래 없었고
마음 또한 머문 곳 없으니
태워서 흩어 버리고
시주의 땅을 차지하지 말라
그리고
천상병 시인은
그의 시 귀천에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시인은 말 한다
나 돌아가리라, 고
그래 우리네 인생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 지는
알 수 없어도
왔으니 가는 것이리라
그러니 돌아간다는 그 말
그 말 만큼 정확한 표현이 있을까
요즈음
경제 상황이 너무도
안 좋아 여러 어려운 모습의
민초들의 삶을 목격하게 된다.
살아가면서도
이런 저런 설음에
보이지 않게 눈물을 흘리는 민초들의
삶인데
인생의
마지막에 불려지는
말에서 조차 차별 받는 것 같아
착착한 마음의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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