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속의 작은 정원

두 딸에게 전한다.

心田農夫 2008. 12. 13. 16:15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심 순 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 겨울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닮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죽여 울며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

 

 

 

어쩌면

내가 느껴 던 바로 그것을,

시인이

내 마음을 알고 대신 적어 준 것만 같은 시다.

 

이제는 안 계신 어머니

 

학교에서 돌아오는 막내에게

당신은 잡수지도 않으셨으면서

“나는 먹었다 어여, 먹어라” 하시던

나의 어머니,

 

모처럼 생선이 상에 오르는 날에도

가시 골라내고 살점 집어 수저에 올려주며

많이 먹으라 하시던

나의 어머니

 

당신은 생선의 머리를

“생선 중에서 이것이 제일 맛있다” 하셨던

나의 어머니,

 

나도 시인처럼

어머니는 .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철들어

어머니는 그러면 안 되는 줄 알았지만

 

그 사랑 갚을 길 없어

어머니가 나에게 주셨던

어머니의 그 사랑을 나는 두 딸에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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