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속의 작은 정원

되새김질

心田農夫 2009. 3. 11. 11:10

 

 

 

 

  

파도를 밟고 가는 바람처럼

 

                                           김 미 선(시주머니)

 

파도를 밟고 가는 바람처럼

그대 곁으로 가리라

울렁울렁 너울거리면서

달빛 별빛 걷어차며

스스로 닿을 때까지 밀려가리라

 

슬픈 것은 슬픈 대로

기쁜 것은 기쁜 대로

아름다웠던 날의

가늠할 수 없는 환상 같은

그리움을 헤아리며

 

선홍빛 조갯물이 밀려들어

영롱한 오색의 야광충이

내 꿈을 산란시킨 해변으로

바람에 업실려 가는 파도처럼

파도를 밟고 가는 바람처럼

은빛 금빛 거품 물고 달려가리라

 

 

 

 

 

내가 바다에가 철썩이는 파도가

바위에 부딪쳐 하얀 포말이 되었다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 것을 본 것은

태어나 이십여 년을 살고 난 후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혼자서는

어디고 가지 않는 나는

그렇게도 보고 싶은 바다를

마음속에 그리면서 살다.

 

어느 여인의 손에 이끌리듯

“우리 인천에 가요”하는

한 마디에 인천의 월미도로 가

난생처음 갯벌과 넘실대는 파다를

담고 있는 드넓은 바다를 처음 보았다.

 

또 계절이 바뀌나보다.

이웃에 계신 시인(詩人)

시주머니 정향님

계절이 바뀔 때면 어김없이

살며시 점포 문을 열고 들어서

살포시 내밀어 건네주시고 하는

「詩 하늘」

자그마해서 주머니에도 쏙들어간다.

 

이번에 서울을 다녀오면서

주머니에 담고 고속버스에서 지하철에서

한 올 한 올 시(詩)다래에 줄을 풀어

마음의 옷을 얼기설기 짜며 다녀왔다.

 

삶에 얽혀서 살다보니

잊고 있었는데

겨울에는 안 오셨던가보다.

이번에 두 권을 건네주신다.

 

지난 겨울호「詩 하늘」과

올 봄호 「詩 하늘」두 권이다.

위 시(詩)는

겨울 호에 실려 있는 정향님의 시(詩)다.

 

 

“파도를 밟고 가는 바람처럼”을

음미하다보니

왜 일까?

그녀의 이름도, 얼굴도 그려지지 않는데

아늑한 그 때의 월미도의 파도, 바위, 갯벌이

안개 속에 보이듯 아스라이 머리에 그려지는 것은

 

아마

추억이 그리워서일 거다?

추억이 그립다는 것은 나이 먹어감이고

나이 먹어 갈수록 지난날을 되새김질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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