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는 사람들
박 희 경
사람들의 몸이 고정되고
입구 열리는 소리에
앞으로 집중되는 시선들
새하얀 머리에
굽은 허리가,
그 허리가
힘겹게 올라온다.
버스 안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서
스스로 장님이 된다.
마음을 닫는다.
흔들리는 버스에
서리 내린 머리가,
구부정한 허리가
애처롭던 몸뚱어리가
내려진 후에
겨울잠 깬
개구리처럼
차 안에 생기가 가득.
그러나 그때
마음 한구석에선
응어리가 맺힌다.
‘내가 왜 그랬을까?’
많은 사람들이
아마 시인과 같은 일을
한 번쯤은 격어 보았을 리라.
그리고 때로는
그 반대의 경우도 겪어 보았으리라.
일을 하다 피곤하여 잠시 펴들었던 시집에서
시를 보고는
저번에 보았던 풍경이 떠올라 적어본다.
저번 서울에 갔을 때
지하철을 타고 경로석 좌석
옆 파이프기에 등을 기대고 시집을 보고 있었다.
전철이 한 역에 멈추어 서자
입구를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다 내리고
한 팔십쯤으로 보이는
백발의 어르신이 타셨다.
중절모에 코트를 단정이 입으신
멋있는 모습의 점잖아 보이는 노신사였다.
타시자마자 경로석을 걸어오시니
앉아 계시던 육십 후반 쯤 보이는
아주머니가 얼른 일어났다.
멋지게 보이던
그 어르신 당연하다는 듯
한 말씀도 없이 그 자리에
앉으시고는 지그시 눈을 감으신다.
함구무언(緘口無言)이여
묵묵부답(黙黙不答)이다.
한 마디,
‘고맙구려,’
‘괜찮은데,’
‘미안합니다,’
말씀 하셨으면,
일어나신,
결코 젊지만 않으신
양보하신 분에게
작은 행복을 줄 수도 있었을 텐데
사람을 겉모습을 보고
판단을 해서는 안 되겠구나 생각을 하며,
‘예의를 모르는 노인네 같으니,’
속으로 한마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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