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속의 작은 정원

메아리 되어본다

心田農夫 2009. 7. 24. 14:40

비도 오고 너도 오고

 

                 이 해 인

 

구름이

오래오래 참았다가

쏟아져 내려오는

그리움인가 보지?

 

비를 기다리면서

아침부터

하늘을 올려다보고

 

너를 기다리면서

아침부터 내내

창밖을 내다보던 날

 

맑게 젖은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 닿았을까?

 

비도 오고

너도 오니

너무 반가워

눈물이 난다

친구야

 

내 마음에 맺히는

기쁨의 빗방울

영롱한 진주로 키워

어느 날 다시

너에게 보내줄게

 

 

 

 

 

 

주절주절 비가 내린다.

이 해인 수녀님의 시집을 펴 본다.

“비도 오고 너도 오고”를 보니

가슴 저 쪽으로 그리움이 밀려든다.

 

시집을 접고

출입문에 서서

그리움을 삭혀줄

그 누군지 알 수 없는 그를 기다려 본다.

 

이 시간 찾아올 친구도

사랑을 안고 찾아줄 임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출입문에 비슷 기대어서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한참이나 보고 있다.

 

내릴 때는 각자 각자가

타닥타닥 포도위에 떨어지지만

이내 함께 어우러져 검정색 도로 위를 흐른다.

한참을 그리움에 젖어 그러고 있으려니

한통의 문자 메시지가 날아 들어왔다.

 

“비오는 날, 중복 날입니다.

건강 챙기시는 행복하고 시원한 주말되세요.”

 

이분의 문자 메시지를 받으면

“아, 금요일이구나.” 잊고 있던 요일을 상기한다.

 

직장근처의 대구은행 지점장이신 분

금요일마다 어김없이 주말을 잘 지내라는 문자를 보낸다.

얼굴을 뵌 적도 없고 단지 작은 금액을 거래하는

고객임에도 이처럼 챙기신다.

 

한주의 시작이 어제인 것 같은데 벌써 주말

나야 주말인 토요일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을 하지만

은행은 오늘 근무를 끝으로 한주를 마감한다.

한주를 마감하면서 자신의 은행에 이름 석 자 올라있다고

일일이 문자로 주말의 인사를 해 주는 분

 

몇 마디 문자에 불과하지만

따스한 정을 느끼게 한다.

특히 오늘처럼 주절주절 비가 내리는 날에는

그 따스한 문자에 울적하거나 스산한 기분이 삭가신다.

 

어찌 생각을 하면 고객관리 차원이요,

영업의 한 방편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지점장이 직접 그리하지 않아도 되련만

잘은 모르지만 적지 않은 고객들에게 일일이

문자를 보낸다는 것, 물론 다 똑같은 내용이겠지만

그러한 성의를 보이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그것도 메아리 없는 문자메시지가 아닌가.

 

그래 오늘 메아리 되어본다.

“따끈한 차 한자 생각나는 날씨네요

중복 맛있는 점심식사하시고 행복한 날 되오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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