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현충일에 생각해 본다

心田農夫 2009. 6. 6. 12:59

 

      사랑

 

              김 용 택

 

당신과 헤지고 보낸

지난 몇 개월은

어디다 마음 둘 데 없이

몹시도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것들을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두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잊을 것은 잊어야 겠지요

그래도 마음속의 아픔은

어째하지 못합니다.

 

계절이 옮겨가고 있듯이

제 마음도 어디론가 옮겨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의 끝에서 희망의 파란 봄이

우리 몰래 우리 세상에 오듯이

우리들의 보리들이 새파래지고

어디선가 또

새 풀이 돋겠지요.

 

이제 생각해보면

당신도 이 세상 하고많은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을 잊으려 노력한

지난 몇 개월 동안

아픔은 컸으나

참된 아픔으로

세상이 더 넓어져

세상만사가 다 보이고

사람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다 이뻐 보이고

소중하게 다가오며

내가 많이도

세상을 살아낸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당신과 만남으로 하여

세상에 벌어지는 일들이 모두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고맙게 배웠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애틋이 사랑하듯

사람 사는 세상을 사랑합니다.

 

길가에 풀꽃 하나만 봐도

당신으로 이어지는 날들과

당신의 어깨에

내 머리를 얹은 어는 날

잔잔한 바다로 지는 해와 함께

우리 둘인 참 좋았습니다.

 

이 봄은 따로따로 봄이겠지요.

그러나 다 내 조국 산천의 아픔

한 봄입니다

행복하시길 빕니다.

안녕

 

사랑하는 까닭에

 

한 용 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요즈음 사랑이라는

단어에 대하여 생각을 해보고는 한다.

우리에게는 한민족이요, 백의민족이라는 자부심과 자긍심이 있었고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결속시키는 하나의 구심점이기도 하였는데,

 

이제는 그러한 자부심이나 자긍심은 간곳이 없는 듯,

동서의 갈등은 보수와 진보의 갈등으로 나누어져

그 골이 깊을 대로 깊어져 우리의 사회가 갈등 늪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만 같다.

 

시인의

“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해보고 있습니다.”라는 말처럼

 

역지사지라고

상대방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해본다면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것들을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답답함은 없을 텐데,

우리들은 왜 그것이 안 되는 것일까?

 

시인은 말한다.

사랑하는 것에 대하여

그리워하는 것에 대하여

기다려지는 것에 대하여

그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남들이

나의 홍안만을 사랑하고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고

나의 건강만을 사랑할 때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고

나의 눈물도 사랑하고

나의 죽음까지도 사랑하는 그대이기에

사랑하게 되고 그리워지고 기다려진다는 것이다.

 

우리도 시인의 당신이 되어

동은 서를 사랑하고, 서는 동을 사랑한다면

서의 홍안만이 아니라 백발까지 사랑하는 동이 되고

동의 미소만이 아니라 눈물까지 사랑하는 서가 된다면

건강도 사랑하고 죽음까지도 사랑하는 동과서가 된다면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일들을 놓고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해 답답함을 격지 않아도 될 것인데

 

나라를 위해서 아낌없이 자신을 희생하여

조국에 받친 선열들을 기리는 현충일을 맞이하여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여

함께하여 하나가 되는 사랑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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