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속의 작은 정원

무지의 소치이긴 하지만

心田農夫 2009. 10. 30. 12:42

 

고향인 서울에 있을 때

그리고 20대의 팔팔한 나이 이었을 때

 

그때는

대한민국 국전(國展)을 두 번에 나누어 했다.

봄 국전 가을국전으로 나누어 했는데,

나는 봄 국전보다는 가을국전을 시간 내어 꼭 가보고는 했다.

 

가을국전에는 서예와 미술대전이 함께

열렸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지금이야 예술적이고 웅장한 건물을 지어

현대미술관이 과천으로 옮겨갔지만

그 당시 미술국전은 덕수궁 석조전내 현대미술관에서 열렸다.

 

가을국전이 열리는 시기쯤에

덕수궁에서는 국화 전시회도 함께 열리고는 했다.

 

소국, 중국, 대국의 다양한 품종들이

저마다의 개성 있는 모양에

저들만의 고유한 아름다운 색을 가지고

저마다 자신들의 특색을 뽐내기라도 하듯

너무도 멋지게 피어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였다.

 

국화 보면서 늘 느끼고는 했다.

가을 고궁(古宮)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꽃이 가을 국화가 아닌가 생각을 했었다.

 

국화를 보고 발걸음을 옮겨

현대미술관 내부에 전시되어있는

미술대전에 출품되어 상을 받은 작품들을

한 작품 한 작품 감상을 하노라면 동양화,

지금은 한국화라 한다던가?

 

동양화는 사실적인 묘사를 한 작품들이라

그림에 대하여 무지하지만 그 섬세함에 대하여

그래도 감상하면서 나름대로 감탄도 하고 감상이 재미도 있었는데

 

서양화 부분에 가서는

특히 추상화(抽象畵)들은

도대체 무엇을 표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 눈뜬장님으로 작품 따라

발걸음을 옮기고는 했던 기억들이 새삼 생각이 난다.

 

어제 일을 하다 잠시 쉬면서 책장에서

시집(詩集) 꺼내어 보다가 갑자기

국전을 관람할 때 생각이 들었다.

 

시(詩)라는 것이 음미하는 사람과

그 시(詩)를 지은 분과 시의 깊은 맛을

공감을 해야 잘 된 시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간혹 시(詩)를 접하다 보면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알 수 가 없는 시를 접할 때가 있다.

 

내 자신 시인(詩人)의 깊은 속내를 알 지 못하는

무지(無知)의 소치(所致)이지만

나처럼 무지한 사람을 위해서 조금 쉬운 언어들로

시작(詩作)을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음미 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해보고는 한다.

 

어제 일을 하다가 문득 펴 들었던 시집(詩集)

참 재미있다 싶어 한 소절 한소절따라 눈동자를

옮겨가며 보다가 끝에 보니 ‘권 정생’이라고

작가의 성명이 적혀있었다.

 

역시 그 분의 작품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현란한 미사여구를 나열한 것도 아니고

너무도 평범한 단어들로 이루어진 시

 

쓴 분의 마음을 알 것도 같고

그 시를 음미하면서 머릿속에

작은 그림도 그려지는 것이었다.

 

「국어시간에 시 읽기」란 시집에 있는 그 분의 작품이다.

 

 

 

 

구만이

 

                               권 정 생

 

누가 뭐라 해도

누가 뭐라 흉을 봐도

내사 구만이 그

머심애가 좋더라

말씨가 뚝배기 같고

행실이 말구루마 같다지만

구만이는 홀어머니 모시고 사는

효자란다.

해진 청바지 둥둥 걷어부치고

맥고모자 삐딱하게 쓰고

빗물처럼 흘러내리는 땀을

씻지도 않고

얼굴이 볕에 그을러 시커멓고

팔뚝이 굵고

그러나 구만이는

책을 읽는단다.

한용운의 시를 읽고

신채호의 역사책을 읽고

구만이는 경운기도 잘 끌고

강물에서 헤엄도 잘 친단다

쭈그리고 앉자 하늘을 쳐다보는

구만이

남들은 구만이가 가난하다고

천수답 논 한 뙈기 없는

가난뱅이라고 하지만

 

길례는

자꾸만 자꾸만

구만이가 좋단다.

 

 

※ 맥고모자 : 밀짚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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