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속의 작은 정원

주말인데

心田農夫 2009. 10. 17. 17:55

 

어딘가

훌쩍 떠나고 싶은

토요일 오후다.

가을의 쾌청한 날씨가

간질간질 이 마음을 간질인다.

 

따사로운 햇빛이

쏟아지는 창문을 통해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려니

그곳에 하늘이 아닌 바다가 있었다.

 

하늘바다

뭉게구름파도가

무한 바람 따라 넘실 넘실 흐르며

이 마음을 일렁일렁 일렁이게 한다.

 

가을 찾아서

보경사 단풍을 보러갈까

오어사 저수지 능수버들 보러갈까

하늘바다 보았으니 바다에 바다 보러갈까

 

“단풍 보러갑니다.”

 

“저수지 능수버들 보러 갑니다.”

 

“하늘 바다 보다가

 바다의 바다가 보고 싶어 바다 보러 갑니다.”

 

점포 출입문에 써놓고

훌쩍 떠나 볼까 생각을 하다가

생각을 생각으로 끝내고 말아야 했다.

 

간질이고

일렁이는 마음

다소곳이 접어두고

시집(詩集) 들어

시(詩)들을 한 편 한편 보다가

시인(詩人)들의 가을을 어떨까

 호기심 들어

 

제목에

가을이란 단어가 들어간

시(詩)들만 찾아 가을을 마음에 담아본다.  

 

 

 

  

가을 바다

 

 

고개 들어 하늘 보니

맑고 투명한

파란바다가 하늘에 있다.

 

동공 통해

살포시 마음에 내려앉은

하늘바다

건드리면 톡 터져

마음을 파랗게 물들일 것만 같다.

 

바다에 있을 바다가

하늘에도 있음을 내사 새삼 알았다.

  

 

 

가을 잎새에 내린 그리움

 

                              김 미 경

서늘한 가을의 창가에서

미소를 띄우는 아침

 

보고픈 사람은

지금 무얼하고 있을까?

나를 생각하고 있으면 좋으련만

 

해즐럿 커피향기

물안개로 피어오르면

 

내 가을빛 고운사랑은

갈바람 속에 흔들리며 우는

사각이는 메마른 낙엽이 된다.

 

내 시린 그리움

잎새에 내려서

가을 향기로 퍼지네.

 

 

 

가을 바다

 

                     김 병 렬

 

솔밭 푸른 그늘을

파도는 숨 가쁘게 밀어붙이고

시방

닻줄 없는 낮달은

정처가 없는데

 

오늘 나는

바람을 만나고 파도를 만나고

 

어께 위로

푸른 갈매기의 날갯짓

비명처럼 끼륵 끼륵 울어댄다.

 

가을도 다 저녁

텅 빈 바닷가

가슴까지 차오르는 물길

 

비늘살 넘나드는 포구를 떠나

막 돛단배 한 척

유유히 길 떠난다.

 

 

 

가을 연가

 

박 경 채

 

은행나무 옆 느티나무

 

황금빛 유유한

어가 행렬 우러러

꽃별 너울너울

쏟아 예는 비단 가마

 

우리의 사랑도

우리의 가을도 기품 있어라

 

 

 

 

 

 

 

 

가을 동화

 

                    박 은 우

 

망각의 묘약을 뿌리고 있는 바람아

눈빛 붉은 그녀를 만나거든

그리움은 그저 조금 긴 기다림이라 걸

알 수 없는 부호들로만 슬쩍 보여줘

내일 병에 걸린 그녀가

그물코 같은 세월은 짚어가는 동안

단풍 바이러스가 매일 제곱으로 늘어나

문득 자신이 꽃이었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리고

가을이 단순이 붉거나 노라 빛으로만

가벼이 지나가기를 나는 기다려

가끔 철없는 단풍이 메마른 가슴을 흔들어

억새밭의 하얀 기억이 되살아나면

나부끼는 머리칼 사이로 그 힘든 순간이

서그럽게 빠져나가도록

결 고운 바람이나 풍성하게 풀어놓아줘

그렇게 지워진 날들이

그녀의 머리 위에 하얗게 올라앉아

아득한 동화가 되는 그 날을 기다려.

 

 

 

가을에 피는 꽃

 

                                     이 두 현

              

파아란 하늘로 목화송이 날아가

하얀 거품 일으켜

지평선 끝자락에 파도가 일렁인다.

 

기다림 속에 익어간 사랑

거품 속에 묻혀

파도 따라 내게로 밀려온다.

 

가을이 되어

너의 가슴속에 출렁이는 바다는

하늘로 날아오르고

내 마음 속의 하늘은

바다로 내려앉아 껴안고 있다.

 

가슴이 뛴다.

손을 내밀어라

발쪽거리는 사랑이여

 

 

 

가을 편지

 

최 현 숙

 

촉촉이 내린 지난밤 가을비로

깨끗이 몸단장한 은행잎은

맑은 햇살을 받아

유난히 반짝이며 나부낀다.

 

저토록 고운 은행잎 주워

차곡차곡 책갈피에 꽂았다가

고운님들께 이 마음

전해줘야겠다.

 

그 옛날 어머니하고 제비원

절 마당에서 주웠던 단풍잎과

오늘 주운 이 단풍잎은

변한 게 없는데

수만 시간이 흘렀다고 하네.

 

이별이 싫어 절절히 아픈 가슴도

이젠 자욱만 남아 쓸쓸한데

은행잎 단풍잎은 곱게 단장하고

해마다 나를 찾아오는데.

 

한번가신 우리어머니는

다시 오지 않으시는지

 

노오란 은행잎 엽서에 그리움 담아

천상의 어머니께 띄워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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