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생각해 봐야 할 때인데

心田農夫 2010. 1. 29. 15:55

 

IMF전에는 감히 상상을 못하던 일을 요즈음은 한다.

IMF전에는 직원이 있어도 지금 같이 한가롭지 못했다.

이제는 청소부터 모든 일을 손수 하는 상황이지만

아침에 청소를 하고 커피 한잔 놓고 시집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있다.

 

그 때는 여유가 없는 대신 많은 수입은 아니라도

세금 내고, 직원 봉급주고, 점포월세, 기타 경비를 제하고 나면

그래도 중소기업에 다니는 내 나이 또래의 봉급 정도는 되었는데,

지금은 여유가 있는 만큼 수입은 영 말이 아니다.

세상사 어디 다 좋을 수만 있겠는가, 하는 마음으로 있다.

 

어제도 청소를 하고 나서

국어시간에 「시 읽기」란 시집을

보다가 어느 날 손님으로 오셨던

농사를 짓는다는 70대의 어른의 말씀이 떠올랐다.

 

“이제 농사짓기가 버거워, 올 한해만 짓고 말아야지,

하다가 올해도 또 모내기를 하기는 했는데,

정말 내년에는 땅을 팔던가 해야지, 힘에 부쳐.”

 

종이컵에 커피를 마시면서 푸념하시듯 말씀하셨던

연로한 농부의 한숨 섞인 모습을 떠올리게 했던

학생이 지었다는 시

 

그냥 생각해 봤어요.

 

                 이 성 인

 

오늘 학교에서

선생님이 우리들 희망을 물어 보시는데

아이들은 저마다

 

대통령

장군

과학자

사장

축구선수

프로 야구 선수

하고 발표하는데

 

집에 오는 길에 벼논을 보면서 생각했어요.

일은 누가 하고

농사는 누가 지을까, 하고

허수아빌 보면서

그냥 한번 생각해 봤어요.

 

 

 

 

위의 시를 보고 나서

언제가 보았던 시가 생각이 나서 찾다가

우연히 “우리말은 어디에”를 보게 되었던 것이고

그 시집에 있는 시“눈이 오신다는데”가

학생의 “그냥 한번 생각해 봤어요.”와 유사해서 같이 옮겨 본다.

 

 

눈이 오신다는데

 

                   최 범 용

 

양반 양반 모두 양반

상놈이 다 사라지고

대학 대학 모두 대학

일터에 사람 하나도 없네

 

걸레든 행주든 훔쳐야 물건

양반 에헴 대학출신 어흠

공장은 갈수록 외국인 천지

밤이면 남녀모두 날마다 천국

 

기초는 지킬 사람 없어 뭉글뭉글

기둥은 힌개미 떼 아삭아삭

지붕은 외세바람에 흔들흔들

 

집주인은 내 배 불러

큰 쌀독 비운지 오래

사람들은 모두다 오락가락

 

누가 주인인가 누가 손님인가

아는 사람 있으면 손들고 대답해 주소

애증을 떨치지 못한 못난 이 땡초

오늘도 겨울 오는 소리 한 걱정이네

 

 

 

 

 

청년들이 졸업 후에 직장을 구하지 못하여

청년 실업인구가 계속 늘어나고 구조조정 등으로

일자리가 없다는 보도를 전파매체를 통해 자주 보고 듣는다.

 

그런데 내가 있는 이곳은

읍 단위 지라 농사를 짓는 분들이 많고 또 공장들도 참 많다.

특히 농공단지 안에 있는 공장에 계신 분들이

내 가게와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을 듣게 된다.

 

한 쪽에서는 일할 자리가 없다하고

한편에서는 일할 사람을 못 구해서 야단이다.

무엇이 문제 일까?

 

농사도 그렇다

학생의 시어에 있는 것처럼

너도 나도 농사는 내 몰라라하고

젊은 사람들이 점차 농사를 포기하고 고향을 떠난다.

 

그렇다보니

농촌의 인구는 점점 고령화로 이어지고

농사를 짓을 수 없게 되어 농사를 포기를 하면 그 농토는 버려진다.

 

내 출근을 하는 도로변의 몇 군데 논이 잡초가 무성하더니,

이제는 단단히 다져져 잡초마저 듬성듬성 보일 뿐이다.

논농사를 짓지 않으면 거기에 따른 보상으로 정부가 돈을 준단다.

그러다보니 논이 일반 땅으로 변하여 가는 것이다.

 

한번 훼손된 논은 다시 논으로서 그 기능을 회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우리는 논에 대하여 중요한 기능을 모르고 있거나 잊고 있다.

 

지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4대강 정비사업 문제

정부의 말을 빌리면 홍수, 가뭄에 대비하여

4대강을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젠가 동강에 땜을 축조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 때도 홍수와 가뭄에 대비해서 축조 하여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두 사업 모두 추진하자는 쪽의 말도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런데 나는 이러한 말을 하고 싶다.

4대강 정비를 하면서 강도 정비하고 일자리를 늘린다는

정부의 방침에 대하여

 

논을 없애는 것을 중지하고

농수산부나 관계가 있는 정부기간에서 6개월 내지 1년의 기간을

실직자들에게 이농을 할 수 있는 실질적 농업교육을 시키는

이농교육과정 만들어 교육을 시키고, 논 같은 농토는 나이 들어

농사를 못 짓는 어른들의 논을

 

정부에서 구입하여 이농교육과정을 수료(졸업)한

이주 농업인들에게 장기임대 형식으로 대여 한다면

4대강정비 사업처럼 많은 두자를 안 해도,

실직자도 줄이면서도 한시적 일자리가 아니라

평생의 직업이 되면서 젊은이가 없어서 활력이 없는

농촌에 활력도 찾고 사라지는 논도 없을 것이다.

 

내가 6개월에서 1년이라는 기간을 말하는 것은

대체로 작물은 파종하여 추수까지 그 정도의 기간이 걸리기에

이론 교육과 함께 실제로 농사를 지으면서

농사기술을 터득하게 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주변의 젊은 농군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몇 사례를 소개를 해보면

포항 죽장에서 30대 후반의 사과 농사, 오가피, 등을

남편과 함께 재배 하는 여성은 연 1억 정도의 수입이 된다하고,

포항 연일에서 부추(정구지)농사를 하는 30대 중반의 친구는

연간 8~9천만 원 정도의 수입을 얻는단다.

그리고 특화 쌀을 전문적으로 재배하는 30대 후반의

농군도 9천만 원 정도의 수익을 얻고 있단다.

 

재작년에 제주도에 갔을 때

40대 후반의 감귤농장주의 이야기는 연1억5천정도의 매출을 올린단다.

그리고 우리가게 오시는 흥해에서 논농사와

한우, 젖소를 기르시는 60대 촌부는

그 수입은 알 수 없어도 매달 두 번 산행을 하고

일 년에 두 번 정도 외국여행을 다녀온다는 말을 본인에게 들었다.

 

그렇다고 모든 농촌에

모둔 농군들이 고수익을 얻는 것은 아니리라.

그러나 젊은 농부들이 마음먹고 농사를 짓는다면

도시에서 얻는 수익보다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들이 말하는 것을 종합해 보면 이런 말을 한다.

“그 정도 안 되면 누가 고생을 하면서 농사를 짓습니까.

몰라서 그렇고 농사 안 지으려고 해서 그렇지

몸은 힘들어도 마음 편하고 농사, 지을 만합니다.”하는 소리를 한다.

 

그래서 내가 이러한 주장을 하는 것이다.

벼농사 짓는 논은 그 기능 중에서 땜과 저수지 같은 기능이 있다.

여기 대학교재에 나온 내용을 그대로 옮겨본다.

 

“논〔畓〕은 농촌과 도시를 큰 홍수로부터 구함은 물론이고, 큰 비를 담뿍 담고 서서히 흘려보내는 거대한 땜과 저수지와 같은 물을 조절하는 治水機能을 갖는 훌륭한 쌀 생산 장치이다. 우리나라 논 면적 130만ha에 논두렁 높이 30cm에 물이 만수로 차 있다면 그 저수량은 39억 톤에 이르며7~8월 홍수로 두 번만 가득 채워도 78억 톤이다.

그 밖에 논은 관개를 위한 모든 水系를 포함한 水質源의 함양, 土砂流失의 방지, 야생 담수어와 곤충 및 조류의 보호, 보건휴양 등 자연과 국토를 보전하는 빼어난 생산시스템인 동시에 뛰어난 생태계의 조화를 창조해 온 것이 바로 논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한국방송대학교출판부’에서 펴낸「식용작물학 1」에서 인용

 

 

위 글은 한국방송대학교의 농학과 교재에 있는 내용이다.

이렇게 논은 기능 중에 하나가 땜과 저수지의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논의 면적이 130만ha(책의 출판년도가 1999년) 이었던 것이

2009년 현제 101만ha(통계청 자료)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위 대학 교제에도 나와 있지만

모내기를 할 때부터 논에 물을 대기 시작하여

추수하기 전까지 논에 물을 가두고 있다.

즉 여름에 홍수가 나도 그 많은 양의 빗물을

논에 물을 가둘 수 있고 그 가둔 물은 일시에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흘려보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논을 전답이라고도 부르는데,

논 답(畓)자라는 한문을 보면 밭 전(田)에 물 수(水)가

위에 자리한 것을 볼 수 있다.

 

즉 논이라는 터에 물이 담겨져 있는 모양을 보고 중국인들이

‘논’이라는 뜻의 ‘답(畓)’이란 글자를 만든 것을 보더라도

논은 저수기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은가.

 

논을 보존 하는 것이

몇 개의 큰 땜과 저수지를 만드는 것 보다

4대강 정비 사업한다고 많은 국고를 쓰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논을 보존하여야하고 논과 연결되어 있는

실개천부터 정비를 하고난 후에 그 실개천이 모여지는

4대강정비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즉 논을 보존하면

홍수도 가뭄에도 대처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식량의 자급자족에도 큰 보탬이 됨을 알았으면 좋으련만

 

요즈음 공익공고 중에

“쌀이 없으면 밀로 대체하면 됩니다.

화력이 없으면 풍력으로 대처하면 됩니다.

차에 기름이 없으면 전기가 대신하면 됩니다.

그러나 물이 부족하다면 물을 대신 할 수 있는 것은

물 밖에 없습니다.하는 공익광고를 하는데

과연 그럴까?

 

우리밀이 거의 없어지다시피 했고

그나마 지금은 ‘우리 밀 살리기 운동본부’라는 단체가 있어

간신히 우리 밀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 아니던가.

 

우리의 밀 소비가 우리가 재배하는 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소비의 많은 부분을

수입 밀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쌀이 없으면 밀로 대체하면 된다.”는 공익광고

과연 생각을 하고 만들었을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정확한 통계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식량 자급자족 비율은 30%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

세계의 곡물 수출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아니면 가격을 인상하기 위해서 수출을 중단하면 어떻게 될까?

 

어느 세미나에서 한 농학자가 ‘식량의 무기화’란 말을 했었다.

그 때 많은 학자들이 “뭔 소리하는 거야” 하는 투였다.

 

어느 날 갑자기 곡물을 수출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들은 식량을 구입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농사를 짓지 않고 포기를 하면

정부에서는 그 논에 대한 보상을 한다.

그러면 그 논은 논의 기능을 잃고 그냥 일반 땅이 되는 것이다.

 

농촌이 살아야 도시도 살 수 있다는 말을 생각하여야 하고

도ㆍ농간의 조화롭고 균형적인 발전이 나라의 발전이 아니겠는가?

 

초등학생인지 중학생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저 한번 생각해 봤어요.란 시를 보듯이

‘농사는 누가 지을까’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정부는 논과 연계해서 늘어나는 실업도 줄이고

노령화로 치닫는 농촌도 살릴 수 있는 문제에 대하여

검토하고 연구게획을 새워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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