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그래도

心田農夫 2010. 2. 6. 11:52

 

늦저녁에 한통의 전화가 왔다

서울에 있는 친구다.

멀리 있다 보니 평상시 전화가 없는 터라

전화를 받으면서

“야! 오래만이다. 높은 서울에서 촌구석에 전화를 다주고 ”하며

어머니가 돌아가셨구나 생각했다.

그 친구 연로하신 어머니가 생전에 계시다.

 

“그래, 뭐하냐?”

“피곤해 혼자 맥주 한잔 하고 있다. 무슨 일 있냐?”했더니

“야! 나도 안 먹는 술을 네가 먹어,”하더니

“삼촌, 아니 관장님 돌아가셨다.”한다.

 

그 친구 술을 아주 잘하는 친구다.

나야 군에서 제대 후에 사회생활을 하면서

난생 처음으로 입에 대었고, 그저 한잔 두 잔이 고작인데

집에서 혼자 술을 먹는 다는 것이 잘 납득이 안 되었나 보다.

 

 

학생시절부터 했던 합기도

그때 지도하여주셨던 분이다.

친구의 삼촌이면서 운동의 스승이기도 하다.

서울을 떠나고서는 한 번 뵈었었나?

그 후 미국으로 가서 사신다는 소식만 들었는데

 

“언제?”

“지난달 26일에,”

“왜, 갑자기, 무슨 사고가 있었냐?”

 

그동안 몸이 안 좋았단다.

무슨 병인지 몰라도 병환을 돌아가셨단다.

정확한 연세는 기억 못하지만

아직 칠십은 안 되었지 싶은데,

그럼 시신이 오냐고 물으니,

미국에서 모든 장례를 마쳤단다.

 

그런데 지금 서울에서 체육관을 하는 제자 관장들이

미국에는 가보지 못하고 그냥 있기는 그렇고 해

5일부터 7일까지 병원 장례식장에서

영정사진을 모셔놓고 조문객을 받는다는 것이다.

 

“올라 올 거지?”

“그래 알았다 일요일에 올라가마.”

“야, 네가 연락되는 애들한테 연락 좀 해라.”

“야, 내가 서울 떠난 지가 언젠데, 연락되는 사람이 있냐.”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모든 장례식을 마쳤다는데

뒤 늦게 그렇게도 해도 되는 것인지?

잘한다고 하는 것이 잘못을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오늘 출근하여 전화번호부에 적혀있는 친구와 후배에게 전화를 했더니,

연락이 된 후배

 

“형 바보요. 무어하러 포항에서 올라오겠다, 해요.

나는 안 갈래요, 올라오면 그곳에 들렸다 집에 와 하루 자구 내려가요.”한다.

“야, 그래도 스승 아니냐.”했더니,

“형 옛날 생각 안나요? 그리고 생전 연락도 없다가 ”한다.

 

전화를 끊고 친구와 통화를 했더니

후배와 비슷한 말을 하면서

 

“너도 올라올 것 없다. 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 간다고 하고 말어.”

“야, 죽은 사람 보러 가냐 올라가는 김에 너희들 얼굴도 한번 보려고 그러지.”했더니,

“내 병원근처 차집에서 너를 기다렸다 만나면 되지, 거기는 안 간다.”한다.

 

참, 그분 젊어서 우리에게 많은 어려움을 주었었지,

친구나 후배나 옛일이 잊히지 않는가 보다.

세월이 흐르고 흘려 30여년의 시간이 지났건만,

친구와 후배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아직 앙금이 남아 있나보다.

 

지금도 그런지는 몰라도

그 시절 운동을 하다 보면

관장은 사범에게, 사범들은 밑에 사람들에게

인격적인 대우를 해 주지를 않았었다.

 

욕을 하면 그대로 욕을 들어야 했고

때리면 때리는 대로 말 한마디 못하고 맞아야 했지,

그러나 욕을 들었던 것도 맞았던 것도 다 잊었으리라.

아직도 저렇게 앙금이 남았다는 것을 보면

인간적인 대우를 못 받고 인격적인 모욕이라 할까, 그런 것이리라.

 

그런 것을 따진다면, 나는 더하지.

제대 후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을 때

직장을 구할 때까지 체육관에서 오후반을 맡아서 하라고 해

2시부터 저녁 10시 반까지 직접 수련생들을 가르쳐는데

몇 개월이 지나도 약속한 월급을 주지를 않았었다.

오래 된 이야기라 희미한 기억이지만

그 때 결국은 밀린 돈을 받지 못한 것으로 기억되지만

 

그래, 너희들 말대로 벌써 장례 다 치렀다면서,

그래, 주관한다는 관장들 알지도 못하는데,

그래, 아는 얼굴들이라야 조카인 그 친구.

그리고 나하고 너희 두 사람 외에는 없겠지,

그래도 이제 그 분은 가셨다지 않은가

그래도 한 때 우리의 사부가 아니었던가.

그래도 너희는 서울에 있고, 나는 포항에서 올라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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