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저녁에 한통의 전화가 왔다
서울에 있는 친구다.
멀리 있다 보니 평상시 전화가 없는 터라
전화를 받으면서
“야! 오래만이다. 높은 서울에서 촌구석에 전화를 다주고 ”하며
어머니가 돌아가셨구나 생각했다.
그 친구 연로하신 어머니가 생전에 계시다.
“그래, 뭐하냐?”
“피곤해 혼자 맥주 한잔 하고 있다. 무슨 일 있냐?”했더니
“야! 나도 안 먹는 술을 네가 먹어,”하더니
“삼촌, 아니 관장님 돌아가셨다.”한다.
그 친구 술을 아주 잘하는 친구다.
나야 군에서 제대 후에 사회생활을 하면서
난생 처음으로 입에 대었고, 그저 한잔 두 잔이 고작인데
집에서 혼자 술을 먹는 다는 것이 잘 납득이 안 되었나 보다.
학생시절부터 했던 합기도
그때 지도하여주셨던 분이다.
친구의 삼촌이면서 운동의 스승이기도 하다.
서울을 떠나고서는 한 번 뵈었었나?
그 후 미국으로 가서 사신다는 소식만 들었는데
“언제?”
“지난달 26일에,”
“왜, 갑자기, 무슨 사고가 있었냐?”
그동안 몸이 안 좋았단다.
무슨 병인지 몰라도 병환을 돌아가셨단다.
정확한 연세는 기억 못하지만
아직 칠십은 안 되었지 싶은데,
그럼 시신이 오냐고 물으니,
미국에서 모든 장례를 마쳤단다.
그런데 지금 서울에서 체육관을 하는 제자 관장들이
미국에는 가보지 못하고 그냥 있기는 그렇고 해
5일부터 7일까지 병원 장례식장에서
영정사진을 모셔놓고 조문객을 받는다는 것이다.
“올라 올 거지?”
“그래 알았다 일요일에 올라가마.”
“야, 네가 연락되는 애들한테 연락 좀 해라.”
“야, 내가 서울 떠난 지가 언젠데, 연락되는 사람이 있냐.”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모든 장례식을 마쳤다는데
뒤 늦게 그렇게도 해도 되는 것인지?
잘한다고 하는 것이 잘못을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오늘 출근하여 전화번호부에 적혀있는 친구와 후배에게 전화를 했더니,
연락이 된 후배
“형 바보요. 무어하러 포항에서 올라오겠다, 해요.
나는 안 갈래요, 올라오면 그곳에 들렸다 집에 와 하루 자구 내려가요.”한다.
“야, 그래도 스승 아니냐.”했더니,
“형 옛날 생각 안나요? 그리고 생전 연락도 없다가 ”한다.
전화를 끊고 친구와 통화를 했더니
후배와 비슷한 말을 하면서
“너도 올라올 것 없다. 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 간다고 하고 말어.”
“야, 죽은 사람 보러 가냐 올라가는 김에 너희들 얼굴도 한번 보려고 그러지.”했더니,
“내 병원근처 차집에서 너를 기다렸다 만나면 되지, 거기는 안 간다.”한다.
참, 그분 젊어서 우리에게 많은 어려움을 주었었지,
친구나 후배나 옛일이 잊히지 않는가 보다.
세월이 흐르고 흘려 30여년의 시간이 지났건만,
친구와 후배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아직 앙금이 남아 있나보다.
지금도 그런지는 몰라도
그 시절 운동을 하다 보면
관장은 사범에게, 사범들은 밑에 사람들에게
인격적인 대우를 해 주지를 않았었다.
욕을 하면 그대로 욕을 들어야 했고
때리면 때리는 대로 말 한마디 못하고 맞아야 했지,
그러나 욕을 들었던 것도 맞았던 것도 다 잊었으리라.
아직도 저렇게 앙금이 남았다는 것을 보면
인간적인 대우를 못 받고 인격적인 모욕이라 할까, 그런 것이리라.
그런 것을 따진다면, 나는 더하지.
제대 후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을 때
직장을 구할 때까지 체육관에서 오후반을 맡아서 하라고 해
2시부터 저녁 10시 반까지 직접 수련생들을 가르쳐는데
몇 개월이 지나도 약속한 월급을 주지를 않았었다.
오래 된 이야기라 희미한 기억이지만
그 때 결국은 밀린 돈을 받지 못한 것으로 기억되지만
그래, 너희들 말대로 벌써 장례 다 치렀다면서,
그래, 주관한다는 관장들 알지도 못하는데,
그래, 아는 얼굴들이라야 조카인 그 친구.
그리고 나하고 너희 두 사람 외에는 없겠지,
그래도 이제 그 분은 가셨다지 않은가
그래도 한 때 우리의 사부가 아니었던가.
그래도 너희는 서울에 있고, 나는 포항에서 올라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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