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

心田農夫 2010. 3. 1. 15:17

아침 점포 문을 열어놓고

문 앞에 “외출 중 입니다”라는

글 부쳐놓고 납품을 가는데 전화가 왔다.

 

카페를 운영하는 교육학과 회장이었던 학우였다.

점포 앞에 와있는데,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다.

납품가는 중이라고 했더니 할 말이 있어 왔는데, 하기에

납품하고 카페에 들리겠다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카페에 들려 은은한 향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과차를 대접받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12시가 훌쩍 넘었다.

점포를 아침나절 비웠기에 일어나려는데

점심을 먹고 가라고 하며 주방으로 간다.

 

혼자 앉아 있다 잠시 서서 창밖을 보다.

벽면에 압정에 눌려 붙어있는 글을 보게 되었다.

전에 내가 그녀에게 써 주었던 글이 한 쪽 벽면에서

밑의 양끝이 오므라져서 뿌연 먼지를 뒤집어 쓴 채 붙어있다.

 

그 글이 아래의 글이다.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

 

당신에게 꼭 하고픈 말 있으나,

나는 당신의 친구가 아니기에 못 합니다.

그래 당신에게 말 할 수 없어 마음이 아픕니다.

 

당신에게 전 하고픈 말 있으나,

나는 당신의 연인이 아니기에 못 합니다.

그래 당신에게 말 할 수 없어 마음이 슬픕니다.

 

당신에게 드리고픈 말 있으나.

나는 당신의 형제가 아니기에 못 합니다.

그래 당신에게 말 할 수 없어 마음이 무겁습니다.

 

아프고 슬프고 무거운 마음 뒤로하고

돌아서 터덜터덜 걸으며 혼자 말합니다.

이제는 더 이상 당신 때문에 내 마음

아프고 슬프고 무겁게 하지 않겠노라고,

 

터덜터덜 걸으며 생각해보니

당신의 친구, 연인, 형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에게 말할 자격이 있음에

가던 발걸음 돌려 당신에게 말하고 가렵니다.

 

당신에게 이 말을 꼭 하렵니다.

나는 당신의 학우(學友) 이였습니다.

그래 당신에게 꼭 하고 싶은 말,

절대로 낙오하지 말라고

 

당신에게 이 말을 전하렵니다.

나는 당신의 동문(同門) 이였습니다.

그래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중도에 포기하지 말라고

 

당신에게 이 말을 드리렵니다.

나는 당신의 대표(代表) 이였습니다.

그래 당신에게 드리고 싶은 말,

반드시 등록해야 한다고

 

위의 글을 읽고 나니

감회가 새롭고 지난 시절이 아련히 떠오른다.

지금 생각을 해 보니,

그때 무슨 마음으로 그리 무모한 도전을 했었는지

 

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하면서

상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체계적으로 상담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에서

알아보니 몇 개의 대학원에 상담교사과정이 있는데

정교사자격이 있어야 교육대학원 상담교사과정에 입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사 자격증이 없어서 안 되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한국방송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하면 정교사 2급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는 것을 누군가가 이야기 해주었다.

그래서 대학원 3학기 차에 한국방송대학교 교육학과에

교육학 전공으로 3학년으로 편입학을 하게 되었다.

 

입학식 날

입학식을 마치고 교육과만의 별도 모임에서

3학년으로 교육과 학회장을 맡고 있던 그녀

회의를 진행하면서 각 학년들은 자신들의 대표와 부대표

그리고 총무를 선출하여 자기에게 명단을 재출 해 달라고 한다.

 

우리 편입생 28명은 한쪽에 모여 서로 서로

추천을 해보았지만 추천된 사람마다 안하겠다고

사양을 해 대표를 뽑지를 못하고 있었는데

학회장인 그녀가 나를 가리키면서

편입대표를 하라고 하면서 편입생들의 의사를 물으니

다들 “좋습니다.”한다.

나는 극구 사양을 했지만 받아드려지지를 않았다.

 

그렇게 하여 그녀와 인연이 시작이 되었고

학교행사 때마다 각 학년 대표들의 모임이 있었고

학회장과 편입대표로 만나며 그녀는 청소년학을,

나는 교육학을 전공으로 공부를 하게 되었다.

 

교육학과에 편입하여 3학년의 한 학기를 마치고서야

2급 정교사 자격을 준다는 것은 잘못된 정보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포기 하려고 하니, 학우들이 한 학기를 했으니

정교사 자격은 안주어도 평생교육사 2급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며

평생교육사 취득에 필요한 10개 과목을 평균 80점으로 이수하고

소정의 실습을 마치면 평생교육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으니

이왕시작 하셨으니 같이 하자고 하여 이년 동안 정신없이 살아야 했다.

 

나이가 적은 것도 아니요 장사를 하면서

방송대학의 교육학 공부는 독학으로 해야 했고

대학원의 사회복지공부는 학교를 오고 가면서 하려니

검은 밤을 하야케 지새우는 날이 적지 않았다.

 

또 어느 날은 강의 시간에 쫓기어 식사를 못해

학교를 가는 시간을 이용한답시고 은박지에 싼 김밥을

운전을 하면서 한입 한입 베어 먹으며 허기진 배를 달래야 했다.

 

일인 다역을 하려니 중간 중간 너무 힘에 부쳐

교육학을 포기 하려고 마음먹을 때마다

나이 어린 후배들이 격려를 해주어서

2년, 4학기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졸업식 날

교육학사 자격과 평생교육사 자격증 가지고 졸업 할 수 있었다.

 

졸업식 날

학회장인 그녀도 같이 졸업을 하는 줄 알았는데

졸업 점수가 미달 되어 졸업을 못한다는 이야기와

그만 포기하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녀에게 써주었던 글이다.

 

나의 권고와 학우들의 격려에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다음 학기에 등록을 하였고

학업을 계속하여 졸업이수 학점을 채웠고 졸업식에서

청소년학사 졸업장과 2급의 청소년 지도사 자격을

받으며 졸업을 하게 되었다고 그녀는 웃으며 내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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