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내사 알 수가 없네.

心田農夫 2010. 7. 6. 13:10

민주는 어디로

 

                  벽  석

 

강물은 밑으로 흐르고

구름은 옆으로 흐르고

세월은 앞으로 흐르는데

민주는 뒤로, 뒤로만 흐르누나.

 

순리를 역행하며

세상이 미쳐 돌아가면

미쳐야 세상 살 수 있으련만

미치지 못한 채 미친 세상 살아가자니

미쳐 돌아가는 세상풍경 눈에 비쳐오면

빙글빙글 어질어질 돌 것 같아 미칠 것 같네.

 

 

 

 

 터져오르는 喊聲

 

                    조지훈

 

네 壁 어디를 두고 봐도

이것은 꽝꽝한 바위속이다.

 

머리 위엔 푸른

하늘이 있어도

솟구칠 수가 없구나

民主主義여!

 

絶望 하지 말아라

이대로 바윗속에 끼여 化石이 될지라도

1960年代의 暴惡한 政治를

네가 歷史 앞에 증거하리라.

 

權力의 구둣발이 네 머리를 짓밟을지라도

殘忍한 총알이 네 등어리를 궤뚫을지라도

絶望하지 말아라 絶望하지 말아라

民主主義여!

 

백성의 입을 틀어막고 목을 조르면서

“우리는 民主主義를 信奉한다”고

외치는 者들이 여기도 있다

그것은 羊의 탈을 쓴 이리

 

獨裁가 싫어서 獨裁主義와 싸운다고

손뼉치다가 속은 백성들아

그대로 絶望하진 말아라

民主主義여!

 

生命의 밑바닥에서 터져오르는 喊聲

그 불길에는

짓눌려 놓은 바위뚜껑도 끝내

하늘로 퉁겨지고 마는 것

 

가슴을 꽝꽝 두다려 봐도

울리는 것은 自由의 心臟, 그것은 光名

暗黑의 벌판에 물길을 뚫고

구비치는구나 이 激流에

바위도 굴러내린다.

 

絶望하지 말아라

이대로 가시를 이고 바다 속에 던져질지라도

不義을 憎惡하고 咀呪하는 波濤는

네 몸의 못자욱을

告發하리라 白日 아래

民主主義여!

 

 

위 시는 청록파 시인 중 한분이신

통탁 조지훈님의 시이다.

 

1960년 4월 13일에 목월(木月), 남수(南秀), 목남(木南)으로 더불어

한편의 연작시를 이루니 이는 그 중장이다. ≪새벽≫ 그 달치에 실렸던 시다.

 

본인은 조지훈 전집의 중 한권인「시(詩)」란 제목의 책에서 옮겼다.

「시(詩)」란 책은 동탁 조지훈님의 시(詩)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혹 한자를 배우지 않으신 젊은 분들이 읽기에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제목에 있는 한자부터 순서대로 적어본다.

 

같은 한자도 순서에 따라 반복하여 적었다, 단 민주주의라는 한자만 한번 적고,

한글을 적고 옆에 한문을 적을까 했지만 원문을 있는 대로 옮기는 것이 옳다는

생각으로 원문의 글대로 그대로 옮겼다.

 

 

 함성(喊聲)

 

벽(壁)ㆍ민주주의(民主主義)ㆍ절망(絶望)ㆍ화석(化石)ㆍ년대(年代)ㆍ포악(暴惡)

정치(政治)ㆍ역사(歷史)ㆍ권력(權力)ㆍ잔인(殘忍)ㆍ절망(絶望)ㆍ신봉(信奉)ㆍ자(者)

양(羊)ㆍ독재(獨裁)ㆍ독재주의(獨裁主義)ㆍ절망(絶望)ㆍ생명(生命)ㆍ함성(喊聲)

증오(憎惡)ㆍ저주(咀呪)ㆍ파도(波濤)ㆍ고발(告發)ㆍ백일(白日)

 

 

이아침에 고복격양(鼓腹擊壤)이라는 고사성어(故事成語)가

떠오른 것은 어인 일인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사찰이라는 단어 때문이 아닌가. 사려(思慮)된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 어느 백성이 되었든

태평성대(太平聖代)를 누리기를 원하지 않을 것인가?

어이 백성만 그러리오. 최고의 권력자도 그런 정치를 하고자 하지 않겠는가?

 

고대 중국의 요임금과 순임금이 다스리던 시대를

태평성대라 부를 만큼 백성들이 걱정 없이 살기가 좋았다고 전해온다.

 

그 시대에 요임금은 자기가 나라를 잘 다스리는지,

백성들이 자신을 천자로 받들기를 원하는지,

백성들이 잘 먹고 잘 사는지를 살피기 위해서

평복을 입고 시정 시찰을 나갔다고 한다.

 

그러다 만난 한 노인이 입 안에 먹을 것을 잔뜩 물고는

배를 두드리고 땅에 치면서 다음과 같이 노래를 하고 있었다.

 

“해가 뜨면 들에 나가 일을 하고,

해가 지면 들어와 쉬네.

샘을 파서 물을 마시고

밭을 갈아서 먹으니,

임금의 힘이 나와 무슨 상관이랴.”

 

이 노래를 격양가라 하는데

이는 백성들이 먹고 살기 편해서

임금의 존재조차 모르고 지낸다는 것으로 태평성대를 말하는 것이다.

 

이는 요임금이 자신이 다스리는 세상에서 백성들이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어서 백성들이 살고 있는 거리로 몰래 나갔다가 어느 나무 그늘에서

한 노인이 앉아 배불리 먹었는지 배를 두드리며 격양가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는

비로소 자신이 베푼 정치에 만족했다는 고사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다.

 

어느 시기, 어느 나라, 어느 백성인들

태평성대의 늙은이처럼 고복격양(鼓腹擊壤)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인가?

 

백성이 잘살고 있는지 시찰은 못 할망정

백성의 동태(動態)를 감시하는 사찰이라니

군사정권시대의 잔유물이 아직도 남아있었던가?

 

물은 아래로 흘러서 밑으로 가야 하는 것이 순리요

구름은 하늘에서 만들어져 옆으로, 옆으로 사라지는 것이 순리요

세월은 추억을 뒤로 남기며 앞으로 지나가는 것이 또한 순리가 아니던가.

어찌 더 발전하고 더 앞으로 전진(前進)하여야 민주(民主)만이

제자리걸음도 아닌 뒤로 뒤로만 가려고 하는지 내사 알 수가 없다.

 

내사 알면 또 어찌 하랴

우중충하던 날씨가 활짝 태양이 빛나니

산속의 수풀의 서늘한 그늘이 그립구나.

 

이 더위 꽉 찬 좁은 사무실에 걸어 잠그고

동탁의 산중문다(山中問答)이나 읊조리며

덥고 답답한 마음 달래줄 시원한 냉면이나 먹으러 가야겠다.

 

 

                山中問答

                          조 지 훈

 

“새벽닭 울 때 들에 나가 일하고

달 비친 개울에 호미 씻고 돌아오는

그 맛을 자네 알능가”

 

“마당 가 멍석자리 쌉살개도 같이 앉아

저녁을 먹네

아무데나 누워서 드렁드렁 코를 골다가

심심하면 퉁소나 한가락 부는

그런 맛을 자네가 아능가”

 

“구름 속에 들어가 아내랑 밭을 매면

늙은 아내도 이뻐 뵈네

비온 뒤 앞개울 고기

아이들 데리고 낚는 맛을

자네는 太古적 살림이라꼬 웃을라능가”

 

“큰일 한다고 고장 버리고 떠나간 사람

잘 되어 오는 놈 하나 없네

소원이 뭐가 있는고

해마다 해마다 시절이나 틀림없으라고

비는 것뿐이제”

 

“마음 편케 살 수있도록

그 사람들 나라일이나 잘하라꼬 하게

내사 다른 소원 아무것도 없네

자네는 이 마음을 아능가”

 

老人은 눈을 감고 환하게 웃으며

막걸리 한 잔 따뤄 주신다.

 

“예 이 맛은 알 만 합니더”

靑山 白雲)아

할 말이 없다.

 

 

산중문답(山中問答)ㆍ태고(太古)ㆍ노인(老人)ㆍ청산(靑山)ㆍ백운(白雲)

고복격양(鼓腹擊壤) : 배를 두드리고 흙덩이를 친다는 뜻으로 매우 살기 좋은 시절을 말함.

태평성대(太平聖代) : 어질고 착한 임금이 잘 다스리어 태평한 세상을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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