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부슬부슬 내리던 이슬비가
점심때는 소나기처럼 쏟아지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뚝 멈추고 낮게 구름이 흐른다.
남들 다 쉰다는 토요일에도
아침에 서둘러 출근을 하여
하루 종일 손님을 기다리며
컴퓨터에 앉아서 작업을 하다가
목도, 어깨도 아프고 눈도 피로하여
잠시 쉬어야지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보지만
딱히 쉴만한 곳도, 갈 곳도 없고
출입문 문설주에 비스듬히 기대어서
고작 창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과
어디로 가는지 알 수없는
차들의 행렬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마저 이네 싫증이나
손님맞이 소파에 앉자 책을 펴든다.
책 펴들고 읽어 내려가노라니
창밖의 낮게 깔린 구름처럼
눈앞에 뿌연 안개가 끼기 시작한다.
컴퓨터 작업을 하노라 피로해진 눈
잠시 쉬어주어야 하는데,
그새 심심함을 못 참아 눈을 혹사 시키니
눈도 화가 났는지 심술을 부리며
책 그만 보라며 눈을 안개로 살포시 가린다.
눈을 비벼도 보고 세수도 하여 보지만
잠시 잠깐 빤작 보일뿐
이네 보이지 않고 뿌연 안개가 사라지질 않는다.
책을 덮고 먼 곳을 응시하다
문뜩
내 삶이 너무도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며
갑자기 산다는 것이 시들해진다.
지조 없는 날씨 탓인가
눈 뿐 아니라
마음마저 회색의 안개가 서서히 덮여온다.
소파에 깊숙이 묻혀 눈을 감아본다.
객지생활 이런저런 풍상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감은 눈을 헤집고 한 방울의 결정체가 볼을 타고 두르르 구른다.
삶을 고라 했던가?
언젠가 읽었던 한 편의 시가 기억난다.
번 민
김 형 수
사람살이
쉽기만 하더이까?
꼬박 새워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누가 감히 생을 논하리요?
어리면 어린대로
들면 든 대로
혼자 지고 사는 것을
가르침 따라
버리려 해도
등딱지 되어버린 멍에
벗을 수가 없어
미련 곰탱이
낑낑대며 지고 갑니다.
번민도
고통도
어쩜
산자의 특권일 터.
이 또한
복일 겝니다.
죄 많은 인생
눈물로 참회하며
감사기도 드릴 때
신께서 가납하시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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