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지조 없는 날씨 탓인가

心田農夫 2010. 7. 3. 17:52

 

아침부터 부슬부슬 내리던 이슬비가

점심때는 소나기처럼 쏟아지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뚝 멈추고 낮게 구름이 흐른다.

 

남들 다 쉰다는 토요일에도

아침에 서둘러 출근을 하여

하루 종일 손님을 기다리며

컴퓨터에 앉아서 작업을 하다가

목도, 어깨도 아프고 눈도 피로하여

잠시 쉬어야지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보지만

 

딱히 쉴만한 곳도, 갈 곳도 없고

출입문 문설주에 비스듬히 기대어서

고작 창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과

어디로 가는지 알 수없는

차들의 행렬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마저 이네 싫증이나

손님맞이 소파에 앉자 책을 펴든다.

 

책 펴들고 읽어 내려가노라니

창밖의 낮게 깔린 구름처럼

눈앞에 뿌연 안개가 끼기 시작한다.

 

컴퓨터 작업을 하노라 피로해진 눈

잠시 쉬어주어야 하는데,

그새 심심함을 못 참아 눈을 혹사 시키니

눈도 화가 났는지 심술을 부리며

책 그만 보라며 눈을 안개로 살포시 가린다.

 

눈을 비벼도 보고 세수도 하여 보지만

잠시 잠깐 빤작 보일뿐

이네 보이지 않고 뿌연 안개가 사라지질 않는다.

 

책을 덮고 먼 곳을 응시하다

문뜩

내 삶이 너무도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며

갑자기 산다는 것이 시들해진다.

 

지조 없는 날씨 탓인가

눈 뿐 아니라

마음마저 회색의 안개가 서서히 덮여온다.

 

소파에 깊숙이 묻혀 눈을 감아본다.

객지생활 이런저런 풍상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감은 눈을 헤집고 한 방울의 결정체가 볼을 타고 두르르 구른다.

 

삶을 고라 했던가?

언젠가 읽었던 한 편의 시가 기억난다.

 

 

    번 민

 

              김 형 수

 

사람살이

쉽기만 하더이까?

꼬박 새워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누가 감히 생을 논하리요?

 

어리면 어린대로

들면 든 대로

혼자 지고 사는 것을

 

가르침 따라

버리려 해도

등딱지 되어버린 멍에

벗을 수가 없어

미련 곰탱이

낑낑대며 지고 갑니다.

 

번민도

고통도

어쩜

산자의 특권일 터.

 

이 또한

복일 겝니다.

 

죄 많은 인생

눈물로 참회하며

감사기도 드릴 때

신께서 가납하시리이다.

'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을 그냥 던져버린 남자  (0) 2010.07.10
내사 알 수가 없네.  (0) 2010.07.06
그 날을 기다려 보렵니다.  (0) 2010.07.02
툭하면 하는 말  (0) 2010.06.29
땡땡이란 그놈 알고 보니  (0) 2010.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