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나이 든다는 것

心田農夫 2010. 7. 21. 11:20

 

때때로 나이든 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방금 생각했던 것을 깜빡하는 것이리라

 

어제 초등학교 동창이며

고향에서 함께 자란 친구가 전화를 걸어 왔는데

마침 손님이 있어 “야, 지금 손님이 있으니

있다 내가 전화하마.”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그만 손님이 가고 나서 전화를 한다는 것을 까먹고 말았다.

 

그렇게 까맣게 잃어먹고 하루를 지나고

오늘 일을 하다 아차, 어제 ○○한테 전화가 왔었지,

그리고 내가 전화를 한다고 했는데,-----

하던 일을 멈추고는 서둘러 전화를 했다.

 

“야 미안하다 이제 나이가 먹었는지 깜빡깜빡한다.

어제 손님가고 너 한데 전화를 해야 했는데, 그만 잊고 말았다.” 했더니

“나이 먹었다는 것 이제 알았냐?”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요즈음 어찌 지내냐?” 물으면서

“여름휴가 언제 가냐”고 물으니

“휴가는 무슨 휴가 매일이 휴간데”하기에 무슨 말이냐 했더니

6월 30일 부로 정년퇴임 했단다.

 

“아니 벌써 우리나이가 그리 되었냐,” 했더니

나보고 세월 가는 줄 모른다고 한다.

 

그래 어찌 보면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지낸다는 말이 맞는 말이다.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살아온 나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아마 늦게 둔 두 딸들 덕이기도 하리라.

 

그래서 나는 항상 젊게 산다고 살아왔고

주위에서도 듣기 좋으라고 그런지 모르겠으나

나이에 비하여 젊다고 말들을 해준다.

 

작년 추석에 고향친구의 전화가 왔다.

추석에 올라 오냐고?

아버지도 안계시니 안 간다고 했더니,

주소를 불러달란다

 

왜? 하고 물으니,

딸 결혼하는데 오지는 못하더라도 청첩장이라도 보내려고 한다고

그 말에 “야, 뭐 그리 급해 빨리 보네냐.” 했더니

“야, 30살이 빨라 보내는 거냐.”한다.

 

내 아이들만 생각했지,

내 나이는 생각을 못하고 빨리 보낸다고 했는데,

친구의 말을 듣고 보니 빨리 보내는 것이 아니라

어찌 보면 늦게 보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자신의 나이 먹은 것을 잊고 산다는 것이

옳은 것인지,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

 

친구에게 “출근안하면 이곳에 한 번 와라

얼굴도 보고 내가 회나 사 줄 테니,

휴가삼아 애들 엄마와 같이 와라.”했더니

 

그러지 않아도 답답하여 한 번 들릴까 해서 전화를 했단다.

그래서 언제든지 내려올 때 연락하면 터미널까지 마중 나갈게, 하고는

전화를 끊고 생각을 해 본다.

 

벌써 정년을 해야 할 나이가 되었구나.

자영업을 하다 보니 정년이라는 생각을 못하고 살아 왔는데

갑자기 허전함이 마음에 찾아들면서.

인생무상(人生無常)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인생무상(人生無常)이라,

 

인생이란 무상한 것일까?

아니다

기원전에 살았던 철학자 키케로는 말하지 않았던가.

 

포도주가 오래 되었다고 다 시어지지 않듯이

늙는다고 모든 사람이 비참해지거나 무상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분별 있는 젊음을 보낸 사람은 지혜로운 노년이 오고

탐욕에 사로잡힌 젊음을 보낸 사람은 영혼의 빛이 소멸된 노년이 온다고 하지 않던가

 

그리고 그 철학자는 이런 말도 했지,

나이를 먹을수록 상실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새로 얻어지는 장점이 있는 법이니 결코 슬퍼하지 말라고

 

그래 인생무상이 아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오지 않았던가?

그리고 얼마인지는 알 수은 없으나

나에게 주어진 나머지 삶도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살아가리라

기원전 살았던 철학자의 말을 거울삼아 비추어 보면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리라

 

 

 

가끔은 원로원에 등원하여 오랫동안 숙고한 안건들을 자진하여

발의하며 내 견해를 피력하는데, 그 일에 필요한 것은 정신력이지

체력이 아닐세.

 

설사 더 이상 그런 일을 할 수 없다 해도,

내가 침상에 비스듬히 누워 이제는 더 이상 수행할 수 없는

바로 그 일들을 숙고해보는 것도 내게는 즐거움이 될 것이네.

 

한데 내가 그런 일을 행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살아온 생활 덕분이네.

늘 이런 공부와 연구를 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언제 노년이 슬그머니

다가오는지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이네.

 

이처럼 인생은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노년으로 넘어가네,

갑자기 깨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을 두고 꺼져간다네

 

------------------- 중략 --------------

 

주어진 수명이 짧다 해도 훌륭하고 명예롭게 살기에는

충분히 길기 때문이네.

 

그러나 수명이 길다고 해도 슬퍼할 이유는 없네,

마치 즐거운 봄날이 가고 여름과 가을이 왔다고

농부가 슬퍼할 이유가 없듯이 말일세.

 

봄은 청춘의 계절이고 다가올 결실을 약속하지만

다른 계절들은 그 결실을 베어 거둬들이기에 적합하기 때문일세.

헌데 노년의 결실아란, 앞서도 거듭 말했듯이,

 

전에 이룩한 선(善)에 대해 회상할 일이 많다는 것이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것은 무엇이든 선으로 간주되어야 하네.

헌데 노인들이 죽는 것보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또 어디 있겠는가?

 

------------------- 중략 --------------

 

노년의 약점은 근면으로 벌충해야 하며, 마치 질병에 대항해 싸우듯

노년에 대항해 싸워야 하네.

 

그리고 건강을 고려해야 하며, 작당한 운동을 해야 하며,

체력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강화할 수 있을 정도로

음식물을 섭취해야하네, 몸만 돌볼 것이 아니라,

 

마음과 정신은 더 돌보아야 하네. 기름을 대주지 않으면

등불이 꺼지듯, 마음과 정신도 노년이 되면 꺼지기 때문일세.

육체는 힘든 운동을 하면 지쳐 무거워지는 반면

정신은 활동을 함으로써 가벼워진다네.

                                     키케로 지음「노년에 관하여, 우정에 관하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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