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바다를 담은 시들

心田農夫 2010. 7. 23. 14:38

아침부터 폭폭 찌는 더위

죄 없는 에어컨을 달달볶는다.

 

문을 밀고 들어서는 손님

“아 너무 덥네요.

바닷물에 풍덩 몸을 담갔으면 좋겠네.”하신다.

 

손님 가신 뒤

시원한 파란 바다를 생각하면서

시인들은 바다를 어떻게 표현할까?

궁금하여 시집에서 바다에 관한 시들을 찾아보았다.

 

 

 

 

   바다여 당신은

 

                 이 해 인

 

내가 목 놓아 울고 싶은 건

가슴을 뒤흔들고 가 버린

거센 파도 때문이 아니다

한밤을 보채고도 끊이지 않는

목쉰 바람 소리 탓도 아니다

 

스스로의 어둠을 울다

빛을 잃어버린

사랑의 어둠

 

죄스럽게 비좁은 나의 가슴을

커다란 웃음으로 용서하는 바다여

저 안개 덮인 산에서 어둠을 걷고

오늘도 나에게 노래를 다오

 

세상에 살면서도

우리는 서투른 이방인

언젠가는 모두가 쓸쓸히 부서져 갈

한 잎 외로운 혼임을

바다여 당신을 알고 있는가

 

영원한 메아리처럼 맑은 여운

어느 피안 끝에선가

종이 울고 있다

 

어제와 오늘 사이를 가로 누워

한 번도 말이 없는 묵묵한 바다여

잊어서는 아니 될

하나의 노래를 내게 다오

 

당신의 넓은 길로 걸어가면

나는 이미 슬픔을 잊은

행복한 작은 배

 

이글거리는 태양을

화산 같은 파도를

기다리는 내 가슴에

불지르는 바다여

 

폭풍을 뚫고 가게 해 다오

 돛폭이 찢겨도 떠나게 해 다오

  

 

 

바닷가에서

 

오 세 영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바닷가

하얗게 부서지 파도를 보아라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

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자가 얻는 평안이

저기 있다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

바닷가

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아라

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고이는 빛이

마침내 밝히는 여명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자가 얻는 충족이

저기 있다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

바닷가

가물가물 멀리 떠 있는 섬을 보아라

홀로 견디는 것은 순결한 것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

스스로 자신을 감내하는 자의 의지가

저기 있다

 

 

 

 

남쪽바다

 

김 미 선

 

청비단 수만 필

깔아놓은

남쪽 바다에 누우면

파랗게 물드는 내 마음

슬픈 영혼을 허공에

걸어놓고 바라보면

만(萬) 천(千)가지

그리움이 너울 되어 내려오고

뭉실뭉실한 적운(積雲)조차

해님을 따라 눈물을 말린다.

 

 

 

 

 

 

 

 

 

 

 

 

 

바다

 

김 은 영

 

바다 등때기 기대어

내 나이만큼 시든 해국 보는 일

가슴 가득 물빛 들이는 일이다

 

짧은 가을 해는

바위 솔 촘촘히 햇살 박아두고

당당히 바다에 젖어든다

 

해가 빠져도 눈 깜짝 않는 바다

바다에 빠져서 뒤돌아보지 않는 해

나는

 

두고 오는 해국이 서러워

돌아보고

또 돌아보는데

 

 

 

      파 도

 

              한 옥 순

 

가지런한 머리칼

제 맘대로 흩트려 놓고

눈, 코, 입 사랑스럽다는 듯

부드럽게 만져 주며

목덜미부터 가슴 아래께까지

젖은 손길로 훑어가더니

기어이는 거친 숨소리로 달려와서

온몸을 덮치고야 마는

이젠 어쩔 건가

책임져라

모래 위에 정성껏 그려놓은 내 사랑

흔적도 없이 데려갔으니

모래 속 게 집 같은 구멍

가슴에다 숭숭 뚫어 놓고

마음 언저리마다 바다 색으로

멍들게 하고 도망쳐 버렸으니

파도야, 내가

책임질 수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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