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속의 작은 정원

나직한 속삭임

心田農夫 2010. 11. 3. 11:34

 

우리는 우리의 변화 없는 삶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한 생활을 한다고 말하고는 한다. 분명 어제 동녘에서 떠오른 태양하고 오늘 동녘에서 떠오르는 태양하고는 같지 아니하고, 어제 흐르던 강물하고 오늘 흐르는 강물도 분명 어제의 그 강물하고 같지 아니 하건만 우리는 별반 다름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간다.

 

나 역시 매일 아침 비슷한 시간에 같을 차를 타고 같은 길로 어제와 같은 출근을 오늘도 한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자가 운전자들은 앞만 보고 운전을 하게 된다. 운전 중에 간간히 좌우 백미러를 보기는 하지만, 좌우의 백미러를 보는 것도 운전을 하기위해서이지 주변 환경을 보기 위함은 아니다. 운전 중 대다수의 시간을 앞만을 보고 운전을 하게 되는 것이 운전자들인 것이다.

 

며칠 전 아침출근길에 평소와 다름없이 운전을 하고 있는데, 직장에 가까이 왔을 때 앞차가 멈추어 선다. 그곳은 새로이 생긴 도로로 아직 신호등이 작동되는 곳도 아니어서 멈추어 설 일이 없는 곳인데, 내 앞에 서너 대의 차가 멈추어 서있는 것이다.

 

앞차가 멈추어 서기에 어쩔 수 없이 멈추고서 앞을 보던 시선을 오른쪽으로 향했는데, 길가의 주택의 감나무의 가지가 담장 넘어 뻗어있는데, 그 가지에 주렁주렁 주황색의 감들을 달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아침 태양의 빛을 받으면서 서있는 감나무와 그 가지에 주렁주렁 달린 감들, 너무도 아름다웠다. 그 감나무는 매일 그 자리에 서있었을 텐데, 운전을 하느라 한 번도 보지를 못했던 것이다. 한참을 넋 놓고 보고 있다가 뒤차의 빵~ 하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출발을 하여 직장의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들어가 카메라를 들고 감나무를 찾아갔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군데군데 잎사귀에 물방울이 있는 것이 새벽녘에 내려앉은 이슬인 것 같았고 건물사이로 비쳐지는 태양빛을 받은 주황색 감은 황금빛으로 변하여 빛을 발하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운 것이 신비롭기 까지 했다.

 

카메라를 들고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한장 한장 찍다가 줌렌즈를 당겨서 한 개의 감을 확대하여 찍으려고 뷰파인더 속에서 보고 있노라니, 마치 나를 보고 내 아름다운 모습이 보고 싶지 않았느냐 하면서 진작 나를 찾아와 보아주지 이제야 찾아와 보느냐고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날 좀 봐주세요.

 

                                   碧 

 

날 좀 봐주세요.

풍요의 가을 여신이 빚져놓은

황금빛 자태의 나의 모습이

신비롭고 아름답지 아니한가요.

 

새벽이슬로 목욕재계 하고

떠오르는 태양 자외선으로 단장을 했어요.

파란 옷 훌훌 벗어 버리고

당신이 좋아하는 황금빛 옷으로 갈아입었어요.

 

녹색 시녀 한가운데

동글동글 웃음 짖는 제 모습이

단아하고 우아하지 아니한가요.

날 좀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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