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긴 여운

얼굴이란 이력서

心田農夫 2011. 4. 16. 12:27

 

저마다 특색을 지닌 얼굴이기 때문에 남의 얼굴을 닮아서는 안 된다. 자기의 얼굴을, 자기다운 얼굴을 가꾸어나가야 한다. 자기 얼굴은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의 얼굴을 가리켜 이력서라고 하지 않던가.

 

 

사람의 얼굴은 사랑으로 둘러싸이지 않을 때 굳어진다. 그건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 얼굴의 단순한 소재 일 뿐이다. 맑은 영혼이 빠져나가버린 빈 꺼풀.

                                                                                                 법정스님의 「산방한담」중에서

 

 

 

 

여자분들은 아마도 하루에도 몇 차례씩 거울에 비추인 자신의 얼굴을 보리라. 특히 화장을 하는 여자분들은 자신의 얼굴을 그것도 구석구석 보리라. 그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무엇을 생각할까? 오늘아침 위의 글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그런 생각을 하다 내 얼굴을 어떠한 모습일까 하는 생각에 거울에 얼굴을 비추어 보았다. 눈 밑은 축 처져 주름이 지어져있고 이마에 역시 몇 줄의 주름이 깊은 골을 이루고 있고 군데군데 검버섯도 눈에 띤다. 저 중년의 평범한 모습의 얼굴. 저 얼굴이 나의 얼굴이고, 나의 인생여정을 나타내는 이력서이구나.

 

20대 때에 귀공자라고 불리던 때의 곱던 얼굴이 이제는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 얼굴을 가만히 보다가 왠지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나와서 웃었더니 조금 전의 딱딱하던 모습은 간곳없고 주름진 볼품없던 얼굴이 부드럽고 친근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얼굴을 이력서라 했구나. 어느새 볼은 쳐져있고 몇 줄의 주름이 진 것을 보고 세월의 흐름에 아쉬움이라 할까, 안타까움이랄까, 그런 마음으로 있을 때는 딱딱하게 굳어 차갑기만 하던 얼굴이 참으로 볼품도 없다는 생각에 갑자기 웃음이 나와 웃었더니 어느새 부드럽고 따스하게 변하는 것을 을 볼 수 있었다.

 

가고 오는 세월이야 어찌하겠는가. 그러나 그 세월의 흔적을 어떻게 남기냐는 자신의 몫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래 웃자, 웃으며 살자. 그래서 나의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자. 누가 보아도 열심히 살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남아 있는 빈칸의 이력서의 난들을 이제는 웃음으로 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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