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성이 맑아지는 언어

시인과 철학자

心田農夫 2011. 4. 28. 11:48

 

  행복

 

                 천 상 병

 

 나는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

 

아내가 찻집을 경영해서

생활의 걱정이 없고

대학을 다녔으니

배움의 부족도 없고

시인이니

명예욕도 충분하고

이쁜 아내니

여자 생각도 없고

아이가 없으니

뒤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집도 있으니

얼마나 편안한가.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아내가 다 사 주니

무슨 불평이 있겠는가

더구나

하나님을 굳게 믿으니

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분이

나의 빽이시니

무슨 불행이 온단 말인가!

 

 

 

 

 

 

 

법정스님의 ‘시도 좀 읽읍시다’를 읽고 난 후 그래 시 좀 읽어보자는 마음에서 구입한 시집을 펴들고 매일 한 두 편씩 보고 있는데, 오늘은 위의 천상병시인의 ‘행복’을 보았다.

 

그동안도 전혀 시를 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간간히 보게 되는 시들 중에는 도무지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어 시인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가 없는 시들이 간간히 있었다.

 

멋진 언어의 나열로 이루어진 시. 그 시 속에 심오한 뜻이 있으나 내가 부족하여 그 심오함을 알지 못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때마다 나 같은 시에 문회한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여 조금 쉽게 쓸 수는 없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그런 시들에 비해 천상병님의 시는 너무도 쉽게 다가갈 수 있고 단순한 것 같지만 그 단순함 속에 인생이 담겨 있고, 철학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위의 시를 보면서 시인의 마음 엿볼 수 있고, 시인의 삶을 통하여 어떻게 사는 것이 인생을 잘 살 수 있는 것인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도 된다.

 

대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말했던가? “사실 철학은 쉽게 죽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거든, 철학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연구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시인은 그 죽음을 이렇게 이야기 한다.

 

 

 

 

 

 

 

 

 귀천(歸天)

 

                   천 상 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이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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