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성이 맑아지는 언어

가슴에 자리한 그림자

心田農夫 2011. 4. 30. 12:13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

 

                                 이 정 하

 

 비를 맞으며 걷는 사람에겐 우산보다

함께 걸어 줄 누군가가 필요한 것임을

울고 있는 사람에겐 손수건 한 장보다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이

더욱 필요한 것임을.

 

그대를 만나고서부터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대여, 지금 어디 있는가.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말도 못할 만큼

그대가 그립습니다.

 

  

 

 

우산내주는 것 보다 빗속을 함께 걷을 수 있는 사람. 손수건을 건네주는 사람보다 어께를 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한없이 그리운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대중 속에서도 고독을 느끼게 되는 시대가 우리의 시대가 아닌가 합니다.

 

 

 

 

사모(思慕)

 

                 동탁 조지훈

 

그대와 마조 앉으면

기인 밤도 짧고나

 

희미한 등불 아래

턱을 고이고

 

단 둘이서 노니는

말 없는 애기

 

나의 안에서

다시 나를 안아 주는

 

거룩한 광망(光芒)

그대 모습은

 

운명(運命)보다 아름답고

크고 밝아라

 

물들은 나무 잎새

달빛에 젖어

 

비인 뜰에 귀또리와

함떼 자는데

 

푸른 창가에

귀 기울이고

 

생각 하는 사람 있어

밤은 차고나

 

 

 

 

인생길 혼자 왔다 혼자 가는 것이라고들 하지만, 사노라면 때때로 사무치게 그리운 얼굴이 있습니다.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함에 그 그리움은 더욱더 가슴에 애잔히 맺히고 그 그리움이 때로는 슬픔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영일대의 수채화

 

                   碧 石

 

효자

그리고 영일대

그곳에는 수채화 한 폭이 있었습니다.

 

화폭 한가운데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아름다운 연못이 그려져 있고

 

오른쪽 위에는 연못으로 흘러드는

자그마한 폭포가 그림 속의 그림같이 자리하고

시간의 흐름을 따라 흐르고 있었습니다.

 

폭포 옆에 자리 한 아담하고 소담스런

자그마한 정자는 흐르는 시간을 멈추기라도 하려는 듯

연분홍과 하이얀 색의 벚꽃이 한 그릇인양

겹쳐서 서있는 두 그릇의 나무들이

절묘한 조화로 잘 어우러져 채색되어져 있었습니다.

 

연못가 자그마한 바위에 앉자 있는 두루미와

연못 속 줄지어 오수를 즐기는 오리들의 그 모습은

그 그림의 아름다움을 더하기에 충분 했습니다.

 

분명 그 그림은 연인을 위해 그려진 듯

세레나데의 선율이 화폭 위를 잔잔히 퍼지는데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그것을 혼자 감상하는 나 자신이었습니다.

 

사랑하는 그이와 함께 하지 못 하는

그 그림은 아름답지만은

외로움이 묻어 있었습니다.

 

 

 

 

 

더구나 그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이고 그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없고 떠나간 사람이라면, 그리고 떠나간 그 곳을 알지 못할 때 우리의 가슴에 그 사랑하는 사람은 애잔한 그림자로 자리 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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