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삶은 만남의 연속이요, 만남은 맛남이다.

心田農夫 2013. 7. 15. 17:47

 

만남은 맛남이다.

누구든 일생에 잊을 수 없는

몇 번의 맛난 만남을 갖는다. 이 몇 번의 만남이

인생을 바꾸고 사람을 변화시킨다. 그 만남 이후로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나일 수가 없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그런 만남 앞에서도 길 가던 사람과 소매를 스치듯

그냥 지나쳐버리고는 자꾸 딴 데만 기웃거린다.

물론 모든 만남이 맛난 것은 아니다. 만남이

맛있으려면 그에 걸맞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고장난명(孤掌難鳴)이라고, 외손바닥으로는

소리를 짝짝 낼 수가 없다.

                         정민의『미쳐야 미친다』중에서 

 

 

 

 

 

 

어머니의 몸 밖으로 나오면서 신생아는 어머니와 첫 만남을 갖는다. 이 만남을 시작으로 인생길 걸으면서 수많은 만남을 갖는다. 우연의 만남이던지, 필연의 만남이던지, 우리는 만남 속에서 생활하고 만남을 통한 삶을 살아간다.

 

정민교수님은 “만남은 맛남이라” 말씀하신다. 참으로 맛난 말씀이다. 지난 7월2일에 나는 한 만남을 통해서 정말 맛난 만남을 가졌다. 점심시간을 한 시간쯤 앞두고 전화가 걸려 왔다.

 

한 번도 뵌 적이 없는 수필가 승은 이명화 선생님, 승은 선생님은 수필집『사랑에도 항체가 있다』의 저자이다. 블러그를 통하여 수필가임을 알았고 근 이년 넘게 전화로 서로 안부를 묻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선생님과 전화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선생님 계신 곳의 풍경, 내가 있는 이곳의 소식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면서 늘 전화의 끝은 대부분 시간 되시면 한번 오라는 서로의 방문초대를 하고는 했다.

 

서로의 삶의 틀 안에서 지내다보니, 방문초대는 “언젠가는?” 이라는 기약 없는 약속이 되고는 하였다. 그런데 전화가 와서는 잠시 후 포항에 들릴 예정이라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란다.

 

선생님의 부군 그리고 글벗, 세분이서 오신다는 것이다. 글벗이 계신 군위에 들렸다가 글벗이 바다가 있는 포항에서 점심을 대접하겠다고 해서 일정에 없던 포항에 들리게 되어 포항에 있는 나를 잠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학이시습지 불역설호?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인불지이불온 불역군자호?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않은가?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않은가?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는다면 또한

군자답지 않은가?”

                    공자 지음, 김형찬 옮김 『논어』중에서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출입문에 “점심시간”이란 팻말을 부쳐놓고 약속 장소로 나갔다. 그곳은 포항에서 물회로 유명한 집이라 그런지 식당 안이 손님들로 꽉차있었다.

 

만나 뵙는 것이 처음이라 혹시 못 알아보지는 않을까? 하는 기우도 잠시 한 쪽 테이블에 자리한 선생님 일행을 단번에 알아보았고, 선생님역시 나를 알아보고 손을 들어 주었다. 선생님이 자리한 테이블로 갔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분명히 처음 만나는 분들인데 전혀 낯설음이 없었고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는 절친한 벗인 것처럼 반가움만이 느껴짐은 무슨 연고일까?

그 날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는데, 정민 교수님의 글을 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물론 모든 만남이 맛난 것은 아니다. 만남이

맛있으려면 그에 걸맞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고장난명(孤掌難鳴)이라고, 외손바닥으로는

소리를 짝짝 낼 수가 없다.

 

포항의 명물인 물회로 점심을 같이 하고 바로 옆 커피숍에서 영일대 해수욕장의 푸른바다를 보면서 커피 한 잔 나누며 커피의 구수한 맛처럼 도란도린 이야기를 한 시간쯤 하면서 선생님과의 첫 만남은 가졌다.

 

선생님의 일정 관계로 짧은 만남이 조금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날의 만남은 맛난 만남이었다. 손을 흔들며 선생님 일행을 배웅하고 돌아서 오는 길에 생각해 본다.

 

사람과 사람이 대면하는 만남, 그 수많은 만남들이 하나같이 맛난 만남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삶이란 어쩜 만남의 연속이 아닌가 싶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숫자를 생각해 보면, 예정된 만남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모든 만남은 우연으로 출발하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지속적 만남은 숙명으로 귀결되기도 하고, 더 이상 피할 수도 없고 끝내 저항할 수도 없는 운명의 덫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략 -------------------

만남을 통해서 획득되는 가치와 즐거움은 얼마나 될까? 모든 사람은 천성적으로 알려고 하는 욕망에 사로잡혀 살아가지만, 상대의 가치를 존중하고 상대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가질 때 비로소 자신의 삶이 성숙되어짐을 느낄 수 있다.

        --------------------- 중략 -------------------

만남의 필연적 가치는 새로운 발견이고, 만남의 소중한 관계는 발전적 나눔을 실천해 나가는 것이며, 만남의 절대적 약속은 생성과 소멸의 아름다움이다.

                       이명화의 『사랑에도 항체가 있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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