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계획 아닌 계획을 마음에 담다.

心田農夫 2014. 1. 1. 12:24

 

인생의 계획

 

난 인생의 계획을 세웠다.

청춘의 희망으로 가득한 새벽빛 속에서

난 오직 행복한 시간들만을 꿈꾸었다.

내 계획서엔

화창한 날들만 있었다.

내가 바라보는 수평선엔 구름 한 점 없었으며

폭풍은 신께서 미리 알려 주시리라 믿었다.

 

슬픔은 위한 자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내 계획서엔

난 그런 것들을 마련해 놓지 않았다.

고통과 상실의 아픔이

길 저 아래쪽에 기다리고 있는 걸

난 내다볼 수 없었다.

 

내 계획서에는 오직 성공을 위한 것이었으며

어떤 수첩에도 실패를 위한 페이지는 없었다.

손실 같은 건 생각지도 않았다.

난 오직 얻을 것만 계획했다.

비록 예기치 않은 비가 뿌릴지라도

곧 무지개가 뜰 거라고 난 믿었다.

 

인생이 내 계획서대로 되지 않았을 때

난 전혀 이해 할 수 없었다.

난 크게 실망했다.

 

하지만 인생은 나를 위해 또 다른 계획서를 써 놓았다.

현명하게도 그것은

나한테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않았다.

내가 경솔함을 깨닫고

더 많은 걸 배울 필요가 있을 때까지

 

이제 인생의 저무는 황혼 속에 앉아

난 안다. 인생이 얼마나 지혜롭게

나를 위한 계획서를 만들었나를

그리고 이제 난 안다.

그 또 다른 계획서가

나에게는 최상의 것이었음을

 

                      - 63세의 글레디 로울러 -

 

류시화 엮음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 알았더라면』중에서

 

 

 

갑오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많은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계획한다. 그 계획이 거창하든 소소하든 나름의 계획서를 새해 아침에 작성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그 계획서는 위에 글처럼 희망, 성공, 행복에 대한 계획서들이다.

 

거기에 절망도 없고, 실패도 없고, 불행도 없다. 오직 맑은 날만 있는 것처럼, 비오는 날이나 폭풍이 불어 올 때를 위해서 세워진 계획서는 없다. 그러한 장밋빛의 그런 계획서를 누구나가 작성하기에 작심삼일(作心三日)이란 사자성어(四字成語)가 생겨난 것이 아닐까?

 

대부분 해가 바뀌고 새해가 와도 크게 달라지는 것들이 없이 저문 해인 어제와 새해가 밝은 오늘이나 눈에 띠는 변화가 없이 들, 달력에 숫자에 의하여 새해를 맞이하고 그렇게 새로운 계획서를 만들고 실천을 다짐하면서 새로운 한해를 시작 한다.

 

그러나 나에게는 다가온 갑오년 새해에는 큰 변화가 있다. 막내가 집을 떠나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을 하고 학교기숙사로 입실을 하게 되고 아직 전근지가 결정은 난 것은 아니지만 2월 중에 집사람도 발령에 의해 근무지가 정해지는데, 근무지가 멀어지면 주말부부가 될 수도 있다.

 

휴전선이 가로막혀 늘 이산의 슬픔을 가슴에 담고 살아가는데, 이제는 삶이란 현실의 보이지 않는 선이 휴전선처럼 두 딸과 떨어져야 하고 집사람마저 떠나야 하는 일인 가정의 가장 된다. 그래 올해는 어떠한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그저 주어지는 하루하루에 충실히 살아가자는 계획 아닌 계획을 마음에 담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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