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心田農夫 2014. 9. 29. 13:09

 

내 어린 시절에 아침에 동네 어르신들을 만나면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그렇게 인사를 하면 ‘그래, 너도 잘 자느냐’하시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그때만 하여도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하는 인사가 통례이었다, 그냥 어른들이 하는 인사를 따라서 했었지 그 이유나 깊은 뜻에 대하여서는 잘 몰랐었다.

 

그런데 요즈음 그 옛날에 하던 인사가 새삼 생각이 난다. 밤새 안녕하셨습니까?’구월 초 어느 날 집사람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막내처남이 내시경으로 조직검사를 하다가 쇼크를 일으켜 심장이 멈추었고 지금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다고 처제가 연락을 해왔다는 것이다.

 

 

스님! 나는 병원 앞을 하루 두 번씩 매일 같이 출퇴근하며 지나치면서 저 병원에 누가 있고 어떤 사람이 입원해 있는지 한 번도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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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느라 저렇게 불을 켜놓았나?’생각만 했을 뿐, 세상에 암 환자가가 병원에서 이토록 많이 죽어가고 있는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더욱이 내 새끼가 이렇게 죽을 거라고는----

       능행스님의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이별이지는 않게』중에서

 

 

아마 많은 사람들이 평소에는 위의 글처럼 병원 앞을 지나면서도 무심히 지나칠 것이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나 역시 그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런 나였는데, 이제는 먼 서울에 있는 병원을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

 

급한 마음으로 올라가는 버스에서 다시 소식을 접했다. 심폐소생술로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을 했는데 아직 의식은 없고 잠시지만 숨이 멎었으니 혹시 뇌에 괴사가 진행되지는 않았는지? 하는 걱정을 담은 내용의 소식이었다.

 

중환자실에 있다 보니 면회시간이 정해져 있어 늦게 도착하여 면회를 할 수 없어 처제 집에서 밤을 지내고 오전 11시에 있는 면회시간에 맞추어 면회를 하고 오후 저녁 7시에 있는 면회를 하고는 심야 고속으로 돌아 왔다.

 

그 후 위급이라는 소식에 접하면 집사람은 한번이라도 얼굴을 더 보겠다고 연가를 내고 올라갔다. 장사를 하는 입장이라 매번 문 닫은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지금 집사람의 건강상태도 좋은 상태가 아니라 내가 같이 가지 않을 수없는 입장이 되었다. 그렇게 서울나들이가 시작되었고 아직 진행 중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온 ‘좋은 사람’은 일찍 세상을 떠나고 반대로 ‘악랄한 파렴치한’은 오래오래 사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부조리는 대체 어떤 이유에서 일어나는가?

         오츠 슈이치의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가지』중에서

 

 

막내인 처남은 결혼을 하지 않아 자신의 가족이 없다. 그러다 보니 형제자매들인 형들과 누나들의 마음을 더욱더 아프게 하고 측은한 동생에 대한 정이 자신들의 일을 제처 두게 하는가 보다.

 

불행 중 다행이라 해야 할까? 이제 의식이 돌아 왔고 걱정하던 뇌의 괴사도 없고 의식도 찾은 상태고, 그동안 있던 중환자실에서 나와 일반병실로 옮겼다는 소식을 어제 접했다.

 

일단 급한 불은 끈 샘이기는 하지만 이제 건강을 찾아가면서 암과의 투병이 남아 있어서 앞날의 예견이 쉽지 않은 상태이다. 이번 주말에 다시 서울로 올라가야 한다.

 

그러나 이제는 중환자실에 있을 때처럼 오전11시와 저녁7시라는 정해진 시간을 마냥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운 면회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나마 감사한 마음이다.

 

그저 평범하게 살아 왔던 착하고 착한 사람, 어느 날 갑자기 전화 한통에 의해 숨이 멎었다는 소식은 청천의 날벼락이요.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하는 옛 인사를 떠올리게 하였다.

 

 

사랑하세요, 오늘을 천 년 같이 용서하세요, 오늘이 마지막인 듯이 나누고 베푸세요,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능행스님의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이별이지는 않게』중에서

 

 

인간은 누구나 이승을 떠나 저세상으로의 여행을 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리라, 언젠가는 처남이 나에게 굿바이(Good-bye)라 인사를 하든 아니면 내가 처남에게 굿바이(Good-bye)라 인사를 하든 언젠가는 하여야 하는 인사이지만, 지금은 아니 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명(人名)은 재천(在天)이라하였기에 오는 순서는 있지만 가는 순서는 없다하지만, 그래도 나이가 많은 내가 떠날 때, ‘매형 고마웠어요, 사랑해요, 잘 가세요.’라는 인사를 듣고 싶지, 아직 살아갈 날이 창창한 처남이 그 삶을 다 누리지 못하고 떠나는 길에‘잘 가시게’ 하는 인사는 차마하고 싶지 않다.

 

굿바이(Good-bye)는 ‘신이 함께하기를 빈다(God be with you)’에서 나온 말로, 헤어질 때 습관적으로 하는 축복의 말이다. 몇 시간 동안 헤어지든 영원히 작별하든 신의 가호를 빌어주는 의미인 샘이다.

                 아이라 바이오크의 『아름다운 죽음의 조건』중에서

 

 

요즈음 온 가족이 밤에 잠자리에 들면서 간구를 한다. 밤새 안녕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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