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살며 죽은 삶을 살려는가, 죽어 역사 속에 살려는가?

心田農夫 2015. 2. 12. 19:16

 

 

 

 

 

 

나이테

 

        노 진 세

 

말없는 나이도

아우성을 품고 있다.

어둠과 빛으로 밀고 당기며

지나온 단단한 속살

톱질한 나무에게

녹슨 고단함을 달래느라

신나게 울려 퍼지는

징소리의 함성을 듣는다

 

사시사철

밝고 어두웠던 걸음들이

내 몸에도 나이테 새겼다

지을 수도

다시 그려낼 수도 없는

 

 

 

 

 

 

 

 

산길을 걷다가 전기톱날에 싹둑 잘려진 아름드리나무의 그루터기를 한참을 드려다 보았습니다. 자른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하이얀 속살에 물결무늬의 나이테. 이제는 잘려나가고 없는 나무와 그 나무의 가지들 그리고 잎사귀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나무둥치에 새겨진 나이테만이 흔적으로 남아서 살아왔던 지난날을 말해 주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인간이나 나무나 다름이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이테의 한 줄이 일 년이라 하던가? 나이테의 수를 세어보지는 않았어도 아마 이런 아름드리나무라면 100년은 못 되었다 해도 족히 70~80년은 살았지 싶었습니다. 이런 정도라면 목재로서 건축물의 기둥이나 아니면 가구의 재료로 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문뜩 아! 이것이 죽어서 다시 사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무는 이렇게 죽어서 다시 새로운 생명을 얻어서 다시 살아나는데, 인간은 어떠한가? 오직 살아서 부귀영화(富貴榮華)만을 꿈꾼다. 삶과 죽음은 하나라는데, 오직 살기만 원하니 살아도 죽은 삶을 사는 것이요. 죽자는 마음으로 살아가면 죽어서도 살아남는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생각이 거기에 이르다 문뜩 한 사나이가 떠오릅니다. 한 자리 때문에 공갈과 협박에 그것도 안 되면 회유(懷柔)라도 해서 반드시 높고 높다는 그 자리에 앉기를 갈구하는 그 사람, 다른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그 사람이 말했다는 녹취록의 내용 하나만 보아도 그 사람은 그 자리의 적임자가 아닌 것 같은데.

 

 

 

 

 

 

추가로 나온 이후보자의 녹취록에 따르면 이후보자는

“나도 대변인하면서 지금까지 산전수전 다 겪고 살았지만 지금도 너희 선배들 나하고 진짜 형제처럼 산다. 언론인들, 내가 대학 총장도 만들어주고 나, 언론인…

 

지금 이래 살아요. 40년 된 인연으로 이렇게 삽니다. 언론인 대 공직자 관계가 아니라 서로 인간적으로 친하게 되니까 … 내 친구도 대학 만든 놈들 있으니까 교수도 만들어주고 총장도 만들어 주고 “

              ----------- 중략 -----------

내가 이번에 김영란법, 이거요, 김영란법에 기자들이 초비상이거든? 안 되겠어 통과시켜야지 진짜로. 이번에 내가 지금 막고 있잖아, 그치? 내가 막고 있는 거 알고 있잖아 그치? 욕 먹어가면서. 내가 가만히 있으려고 해. 가만히 있으려고 해.…

 

통과시켜서, 여러분들도 한 번 보지도 못한 친척들 때문에 검경에 붙잡혀가서 당신 말이야 시골에 있는 친척이 밥 안 먹는데, 그걸 내가 어떻게 합니까 항변을 해봐. 당해봐

 

내가 이번에 통과 시켜버려야겠어. 왜냐면 야당이 지금 통과시키려고 하는 거거든? 나는 가만히 있으면 돼. 지금까지 내가 공개적으로 막아줬는데 이제 안 막아줘 이것들 웃기는 놈들 아니여 이거… 지들 아마 검경에 불려 다니면 막 소리 지를 거야.”

                            인터넷 뉴스 2015.2.11.<MBN>에서 인용

 

 

 

 

 

 

 

아무리 권력을 잡은 여당의 원내대표라지만 “교수도 만들어주고 총장도 만들어 주고” 교수도 만들어 주고 총장도 막 만들어주는 권력이 있다면, 한나라의 총리라면 권력치고는 막강한 자리가 아니던가. 그런 사람이 총리가 된다면 뭘 마음대로 못하겠는가. 그래도 지식인이요 사회에 공인이라는 기자들에게 “이것들 웃기는 놈들 아니여 이거” 할 정도의 막말을 하는 사람이 총리가 되면 어떠할까.

 

그런 말을 해놓고 세상에 알려지면 늘 하는 말이 “사적인 자리에서 한 말이다.”라는 핑계를 됩니다. 총리후보자는 공적(公的)자리에서 하는 말 다르고 사적(私的)인 자리에서 하는 말을 달리 하여야 하는가 봅니다. 이를 두고 속과 겉이 다른 인간이요, 이중인격자(二重人格者)라고 하는 것이 아니더냐. 어디 본인만 그러한가요.

 

그 사람이 소속된 정당은 한 술 더 뜹니다. 한나라의 총리가 무슨 땅따먹기 게임정도라 생각을 하는가 봅니다. 몇 번 낙마했으니 자질이고 인격이고 상관없다. 통과만이 살길이요 여당으로서 체면을 살리는 것이라. 생각을 하는가 봅니다 즉 나라 걱정이나 국민들의 생각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습니다.

 

힘이 있으니 막무가내로 통과시키겠다는 것이고 그렇게 하는데 법적인 절차에 하자는 없다고 큰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악법도 법이다”소크라테스가 말했다지요. 여당은 단독표결처리를 강행한다고 하는데, 법 절차상 단독 처리는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국회법을 보자면 재적의원의 과반수 출석과 그 출석의원의 과반수가 찬성을 하면 총리 인준 안은 의결됩니다. 그래서 악법이라는 것입니다.

 

 

 

 

 

현재 국회의원 재적인원은 295명인데, 이 중에 여당의 국회의운은 158명입니다. 재적의원의 과반인 148석을 넘는 수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말했다지요. “이미 재적 과반은 확보 했다.”고, 그러나 그들이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위로는 하늘이 있고 밑으로는 땅이 있고 땅 위에 살고 있는 수많은 국민들의 눈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후세에 기록 할 역사가는 그들을 어떻게 기록할까요. 그것을 그들은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 식으로 해야 하는지 도무지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후보자를 지명하기 전에 철저한 검증을 할 수는 없었던 걸까요? 아니면 검증은 했는데 이런 검증만을 한 것은 아닐까요?

 

첫째, 군에는 안 갔다 와야 한다. 둘째, 불법을 동원해 부동산 투기를 한 전력이 있어야 한다. 셋째, 세금을 내지 않거나 제대로 내지 않아야 한다. 넷째, 총리를 하려면 공갈에 협박 그리고 안 되면 회유하는 전술에 능해야 한다. 설마 뭐 이런 것을 검증한 것은 아니겠지요?

 

한 번도 아니고 이렇게 계속 낙마를 했었다면 차후에는 차근차근, 세세하게, 하나하나 철저한 검증절차를 거쳐서 지명을 해어야 옳은 것이 아닐까요. 그렇게 하면 이렇게 나라가 시끄럽지도 않을 것이고, 국민들이 편이 갈려서 서로 갈등을 겪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말 한마디에“해경은 해체한다.”는 것처럼 아무런 검증도 거치지 않고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이번 일을 듣고 보면서 『목민심서』를 저술한 다산 정약용선생이 생각이 납니다. 언제나 나라님을 생각하고 백성을 생각하셨던 분. 그분은 살아서는 굴욕적인 삶을 영위하였지만, 유구한 세월의 벽을 넘어 오늘날까지 육은 죽었지만 그의 영은 살아 역사 속에서 숨 쉬고 있습니다.

 

 

 

 

인간의 삶이 그 인간이 생활했던 당(當) 시대의 평가와 역사적 통찰을 필요로 하는 통(通)시대의 평가에서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제한된 시대에는 별로 빛을 발하지 못했지만 긴 역사 속에서 빛을 발하는 귀한 존재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 대표적인 존재로서 실학시대의 인물들을 꼽아보고 싶다. 유형원이 그랬고 이익이 그랬다. 정약용은 19년 동안 귀양살이했을 정도로 당시에는 시대적인 각광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실학시대를 말할 때 그 역사에서는 가장 살아있는 존재요 빛을 발하는 이다.

 

반대로 실학시대에 왕후장상이 있었고 수많은 시대를 누렸던 권력자와 지도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 시대 속에서는 살아 있었을지 모르지만 역사 속에서는 죽어있는 존재들이다. 여기에는 역사적 삶과 평가가 있고 엄정성이 존재한다.

   

           이만열의 『잊히지 않는 것과 잊을 수 없는 것』중에서

 

 

 

 

 

 

 

인간이 태어나서 건강하게 움직거리면서 사는 기간이 얼마나 될까요? 아무리 100세 세대라지만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살 수 있는 나이는 70~80정도, 그쯤이지 않을까요? 그 기간을 다 총리로 재직한다하여도 그것은 살아서 사는 삶이지만 산 삶이 아니요 죽은 삶입니다 그리고 총리가 된다하여도 앞으로 삼년입니다. 그 삼년이 죽어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치욕의 이름으로 역사에 남겨지는 것이리라 사료됩니다.

 

인터넷에서 녹취록을 보면서 그 곳에 달려있는 댓글이 있어 적어봅니다.

 

 

 

 

 

 

 

이런 막돼먹은 소리나 지껄이는 인간을 총리 후보랍시고 청문회를 한다고 앉자 있으니… 이 나라가 어디로 가려고 이러나…

               인터넷 뉴스 2015.2.11.<쿠키뉴스>에 달린 댓글 인용

 

 

 

 

 

산길을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뽀얀 속살을 드리운 체 다소곳이 있는 아름드리 그루터기의 나이테를 보면서 이 나이를 살아오면서 부끄러운 삶을 살지는 않았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이 시회를 시끄럽게 달구는 한 가엾은 한 인물에 대하여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서시

 

            윤 동 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 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