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나비되어 훨훨 날아보리라

心田農夫 2015. 3. 21. 18:06

 

 

3월의 바람

 

              이 해인

 

필까 말까

아직도 망설이는

꽃의 문을 열고 싶어

바람이 부네

 

열까 말까

망설이며

굳게 닫힌

내 마음의 문을 열고 싶어

바람이 부네

 

쌀쌀하고도

어여쁜 3월의 바람

바람과 함께

나도 다시 일어서야지

앞으로 나아가야지

 

 

 

 

춘삼월(春三月)이라 했던가? 이 삼월도 오늘이 21일이니 이제 중반기를 넘어서서 서서히 하반기를 향해 가고 있구나. 사람이나 날씨나 있던 자리에서 떠날 때가 되면 망설임 없이 떠나야 아름다운 것인데, 사람만이 질투와 시기가 있는가 하였더니, 동장군이란 놈의 질투와 시기가 얼마나 심하던지 춘삼월하면 분명히 봄이건만 꽃샘추의 정도야 애교로 보아주겠지만 삼월의 중순에 영하 10도의 혹독한(?) 추위라니 밉상 중에도 이런 밉상이 없다.

 

 

 

 

그러나 사람이나 계절이나 어찌 하겠는가 세월의 흐름의 순리를 거를 수야 없지 않겠는가. 결국 미운 오리 떠나듯 아지랑이 아른아른 배웅 받으며 슬금슬금 동장군 뒷걸음질 치며 떠나고 나니 아! 온천지가 화려한 색의 축제가 펼쳐진 봄이 왔네그려.

 

 

 

 

봄 이라나는 춘(春)자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봄, 젊을 때, 남녀(男女)의 정(情), 주로 여자가 남자를 생각하는 정,” 이라 뜻을 내포하고 있다하는데, 세월의 나이테를 보자면 야, 아침도 아니요, 점심도 아니요, 이제는 저녁의 황혼 속에서 거니는 몸이라지만, 춘삼월의 봄을 맞이하고 보니 늙을 노(老) 주제에 그래도 남자인지라 이 몸을 생각해 주는 정을 가진 여인을 은근히 기대하는 마음도 든다마는

 

 

 

 

봄은 오는 계절이요 가을은 떠나는 계절이라 하였던가? 그래서 가을에 멀리 멀리 떠나던 그 사랑은 이 새봄과 함께 다시 오려나 기다려 보는 춘삼월이지만, 춘삼월이란 계절은 청춘의 계절이 아니더냐. 이 몸 청춘인가 하였더니 어느 사이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가을에 살고 있으니, “여자가 남자를 생각하는 정을 담고 있는 춘(春)”, 즉 봄의 여인을 기다린다는 것은 염치없는 생각이렷다.

 

 

 

 

허나 나이에도 세월의 나이가 있고, 신체적인 나이가 있고 마음의 나이가 있다 하지 않던가. 세월의 나이야 어쩔 수 없다하여도 마음의 나이야 이팔청춘이 아니던가. 이 마음가지고 내 나비되어 이 봄에 찾아오는 색색이 아름다운 꽃의 여인들을 반가움으로 맞이하여 그들이 화려하게 펼치는 아름다움을 축제의 이 봄을 만끽하리라.


 

 

 

 

목련

 

              윤 명학

 

 

북향계신 그 님 보고 싶어

긴 설풍을 이겨내고

오늘 젖무덤 같은 꽃망울 틔옵니다

 

옷고름 풀어 헤친 날

등불 켜 밤 오면

봉울봉울마다

온몸으로 힘껏 치밀어올린 젖무덤 속에

무슨 사연을 품었는지

 

그리워했기에

애태웠기에

봄 햇살에 샘솟는 투명치마 갈아입고

우윳빛 향기를 앞세우고

그대 계신

북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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