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그리고 그 속의 이야기

생일날 내리는 비를 보면서

心田農夫 2015. 3. 18. 14:38

 

 

 

단상 : 어머니

 

                              碧 石

 

그립고 보고 싶은 얼굴

어머니

 

꿈속에서 나마 보고 싶은데

보이지 않는 얼굴

 

저 세상

너무 행복해서 일까

이 세상

너무 멀어서 일까

 

꿈속에서 나마 보고 싶은데

보이지 않는 얼굴

 

어머니

그립고 보고 싶은 얼굴

 

 

 

 

 

 

창밖에는 봄을 담뿍 담은 반가운 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습니다. 아마 저 빗방울 속에는 방울방울 귀한 생명의 혼을 담고 있을 것입니다. 저 빗방울을 머금은 대지는 머금은 빗방울의 혼과 품속의 씨앗을 맺어주어 새로운 생명을 속속 태어나게 하겠지요. 파릇파릇 대지를 들고 고개를 내미는 연둣빛 새싹을 상상하면서 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보고 있노라니 사무치게 그리운 얼굴을 있습니다.

 

생일하면 우리들은 보통 자신이 태어남을 축하받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태어남의 그 이면을 드려다 보면 열 달 동안 당신의 몸속에 품으시고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으시면서 드시는 것도 당신의 입맛을 찾지 않으시고 태아를 위하여 드시고 행동 하나하나 조심하시며 좋은 소리만 들으시려 하시고 예쁘고 고운 것만을 보시려는 노력을 마다 않으시는 어머니의 인고의 세월의 덕분이었음을 우리는 잊고 있는 것 같습니다.

 

 

 

 

 

 

회탐수호은(懷耽守護恩)

아기를 배어서 지키고 보호해 주신은혜

 

여러 겁을 거듭한 지중한 인연으로

현생에도 다시 와서 모태에 위탁했네.

 

달이 지나 머리와 팔 다리가 생기고

일곱 달 접어들어 육근을 이루었네.

 

어머니의 무거운 몸 태산보다 더 심한데,

가나오나 서고 앉고 아기 다칠까 겁을 내며

 

비단 옷은 두고도 걸칠 마음 전혀 없고,

매일 보며 단장하던 그 거울엔 먼지만 수북하네.

                                        -  부모은중경 중에서 -

 

 

 

 

 

그 뿐이게 습니까, 어머님은 당신의 생명을 담보로 그 어떠한 고통보다도 크다는 출산의 고통을 감수하시면서 낳아주신 어머님이 계신다는 것을 우리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이야 의료기술이 많이 발달하여 출산의 고통을 심하게 겪거나 생명에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제왕절개술이라는 방법으로 아이를 출산을 하니 죽음에 이르는 일은 거의 없는 시절이 되었지만, 제가 태어나던 그 시절에는 대부분의 어머니들이 집에서 자연 분만으로 출산을 하시다보니 출산을 하다 돌아가시는 어머니들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고귀한 어머님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의 나라는 존재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은 한없고 끝없는 어머님의 은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마른 대지를 촉촉이 적시는 봄비가 내리는 정월 스무여드레 날인 오늘 또 한 번의 생일을 맞이하여 이 세상에서 어머니와 함께 하였던 지난 추억을 회상하면서 저 세상에 계신 어머니를 그리워 해 봅니다.

 

 

 

 

 

 

임산수고은(臨産受苦恩 )

아기를 낳을 때 고통 받으신 은혜

 

태안에 아기 배어 열 달이다 차오니,

해산의 어려움이 하루하루 다가오네.

 

나날이 기운 없어 중병 든 사람 같고

어제도 오늘도 흐려지는 이 정신,

 

두렵고 떨리는 맘 무엇으로 나타낼까.

근심은 눈물 되어 가슴 속에 가득하네.

 

슬픔을 머금은 채 친족에게 하소연이

이러다가 죽을까 겁이 납니다.

                          -  부모은중경 중에서 -

 

 

 

 

 

작년부터 네 가족이 멀리서 각각의 생활을 하다 보니, 생일인 오늘 아침은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고 혼자서 아침을 간단히 먹고 출근을 하였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이제 20세를 넘긴 성인이 되어서인지,

 

지난 금요일에 두 딸아이가 먼 길도 마다하지 않고 서울에서 내려왔고 집사람은 울진에서 내려와 남편과 아버지의 생일을 축하하는 노래를 들으며 케이크에 나이 수에 맞추어 켜진 촛불을 불어 끄면서 축하를 받았고 두 딸의 정성 담긴 생일선물을 받기로 했습니다.

 

고향이 이북인 우리가족은 생일날이면 어머니가 손수 빚으신 만둣국과 녹두를 맷돌에 갈아서 부친 녹두부침개를 생일 아침상으로 받고는 했습니다. 생일 며칠 전부터 어머니는 녹두를 시루에 넣고는 숙주나물을 손수 기르시어 만두소를 하시고는 했지요. 시루가 마루에 등장하면 으레 누군가의 생일이 가까웠음을 알 수 있었답니다.

 

 

 

 

 

딸아이들이 다녀가고 나서 생일이 다가오는 며칠사이에 어머님이 그립고 보고 싶어져 매일 밤마다 잠자리에 들면서 오늘은 꿈속에서라도 어머님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러나 꿈속에서 조차 도무지 뵈올 수가 없었습니다. 저 세상이 행복해서 안 오시나, 저세상과 이세상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못 오시나, 머나 먼 거리 노잣돈이 없으셔서 못 오시나?

 

어머니! 저세상에서 잘 계시지요? 어머님의 귀한 희생의 은혜를 입고 태어난 이 막내가 이제는 두 딸아이의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예쁘고 귀여운 손녀를 어머니 생존에 품에 안겨드리지 못한 불효를 마음에 담고 살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막내도 이제 머리가 하야케 새어가는 황혼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언제가 저도 이 세상을 떠나 어머님이 계시는 저 세상에 가게 되면 불효자로서 어머님께 용서를 빌겠습니다. 그립고 보고 싶은 어머니. 어머니!

 

 

 

 

 

 

 

 

28144